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가 그제 청와대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격려는 물론 苦言(고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한 원로는 세계가 未曾有(미증유)의 위기에 처했지만 각 정부가 이를 극복할 능력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이 원로의 당부였다. 총리를 역임한 한 원로는 경제 회복에서 속도가 중요하다며 추경도 긴요하게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이 대북 문제 접근에서 유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의장을 지낸 한 원로는 "남북 관계의 긴장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를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회의장을 역임한 다른 원로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통합 차원에서 대통령이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최고 95세, 최저 69세, 평균 연령 80.5세인 元老(원로) 56명으로 구성된 국민원로회의는 주요 국가정책 수립과 관련 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할 예정이다. 국가적 현안에 대한 여론 청취 및 전달, 범국민적 국가행사 자문 등도 하게 된다. 소통 부재 논란에 시달려온 이 대통령이 "여러분의 지혜와 경륜이 필요한 때"라며 원로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각 분야 원로들이 참여한 만큼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식견이 국정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기 위한 열쇠는 누구보다 이 대통령이 갖고 있다. 원로들의 조언과 비판, 직언을 이 대통령이 얼마나 귀담아듣고 국정에 반영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높은 자리를 지냈던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에게 덕담 건네고 식사만 하는 모임이어서는 들러리 자문기구에 그칠 뿐이다. 원로들은 지혜와 경륜을 토대로 한 대안 제시와 함께 국가에 보탬이 되는 고언을 하고 대통령은 洗耳傾聽(세이경청)하고 이를 국정에 녹여내야 한다.
'貞觀之治'(정관지치)란 태평성대를 연 당 태종 뒤엔 직언 잘하는 魏徵(위징)이란 명신이 있었다. 그는 황제가 노해도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잘못을 지적했고, 태종은 직언을 반드시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과 국민원로회의에 참여한 원로들은 이 두 사람을 金科玉條(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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