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새들의 땅이다. 독도는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슴새의 집단서식지로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그 중에도 독도의 주인은 단연 '괭이갈매기'이다.
3월의 독도 앞바다는 괭이갈매기 저들만의 세상이다. 괭이갈매기 무리들은 소란스러우면서도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일사분란하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거센 날은 바다에 내려앉아 헤엄을 치며 떠다니고, 햇살이 맑고 바다가 잠잠한 날은 섬으로 날아오른다. 궂은 날은 파도에 휩쓸릴 수도 있고, 헤엄치도 더 힘들 것이고, 먹잇감도 없을 텐데 굳이 바다에 떠있기를 즐긴다. 그들의 속내를 인간의 생각으로서는 풀어낼 길이 없다.
괭이갈매기는 덩치가 뭍의 꿩만 하며 등 쪽은 흑회색이고 목덜미부터 배는 순백색이다. 우리나라 섬 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괭이갈매기는 다리와 부리는 노랗고 부리 끝은 붉고 검은색 띠가 있다. 그러나 갓 부화한 새끼는 깃털색 전체가 검은색에 가깝다. 특이한 것은 다른 갈매기에 비해 눈동자가 누렇고 초점이 째려보는 듯해, 섬뜩하면서도 사악한 느낌을 준다.
실제 괭이갈매기는 야생이면서도 영악하며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도 어업인숙소에서 개숫물을 바다를 향해 뿌리면 기다렸다는 듯 떼로 날아와 먹이를 살핀다. 어떤 때는 밖에 사람이 없으면 창고에도 들어가 샅샅이 뒤지고, 문어통발에 매달린 미끼를 따먹으러 통발 속으로 기어들어가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관광여객선을 타고 가면서 갑판 위에서 과자부스러기를 던지면 악착같이 따라와 받아먹는다.
책에서, 괭이갈매기는 무리생활을 하지만 대체로 일부일처제를 지킨다고 했다. 4,5월에 서로 짝을 맺은 후 5,6월에 보통 2~4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부화하기까지 24~28일 정도 걸리는데 그 동안에는 암수가 번갈아가며 품는다. 부화 후 육추(育雛·새끼 기르기)기간 동안에도 암수가 함께 돌본다. 그런 핵가족적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리를 이루어 살면서도 배타적이고 시기심도 많은 듯하다.
산란철이 되면 독도 온 천지가 갈매기 알이다. 풀섶과 바위 아래는 물론이고 자갈밭에도 알을 낳는다. 급한 놈들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경비대 계단에까지 내질러 놓는다. 그러면서도 제 둥우리를 찾고 제 알을 찾아 새끼를 품는 것이 신기하다.
간혹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어미가 없는 틈을 타 밖으로 나왔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짹짹거리고 울면서 돌아다니다, 자칫 남의 둥우리를 들어가거나 기웃거리다가 그 집 어미한테 당장 물려죽고 만다. 동족에 대한 관용이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새끼 기르기에 실패하면 다시 알을 낳아 부화를 시도한다. 가끔 그 새끼들이 충분히 비행할 정도로 자라기 전에, 어미는 무리와 함께 울릉도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할 수 없이 유조(幼鳥)는 어미와 떨어져 독도에 남게 된다. 이들 늦둥이 무리들은 부상당하거나 외톨이가 된 성조(成鳥)와 함께 지내게 된다.
한번은 독도리 이장 부인 김신열씨가 어미와 떨어진 유조 한마리가 울면서 선가장을 돌아다니자 방에 데리고 와서 먹이를 주고 키웠다. 사람과 친해진 새끼 괭이갈매기는 늘 발뒤꿈치를 쫓아다녔다. 가끔 마당에서 먹이를 던져줄라치면 큰 녀석들이 와서 낚아채기 일쑤였다. 해서 늘 큰 녀석들을 쫓아내고 먹이를 주곤 했다. 하루는 집을 비우고 나갔다오니 새끼 괭이갈매기가 피투성이가 된 채 현관 입구에 죽어 있었다. 시기심 많은 큰 갈매기들이 벼르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물어 죽여 버린 것이었다.
독도의 괭이갈매기들은, 거친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 생활에 생존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어떤 면에서는 맹금류에 더 가까워 보인다. 먹을 것이 생기면 조용히 혼자 먹게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꼭 서로 뒤엉키고 다퉈 이기는 놈만이 먹이를 삼킬 권리를 갖는다.
단지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연의 법칙만 통한다. 독도의 야생 또한 힘의 논리만이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힘이 약하면 입 속에 든 먹이도 빼앗기기 십상이다. 하긴 인간세상이라고 크게 다를게 무엇일까. 독도를 지키는 일도 그럴 것이다. 여하튼 야생의 독도는 울릉도와 독도, 독도와 울릉도를 내왕하는 괭이갈매기의 영역임에 틀림없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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