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가를 이루다]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병재씨

인테리어는 공간 배치를 넘어선 예술이다

건축물은 도시의 얼굴이다. 낯선 곳을 찾았을 때 첫 인상에 따라 그 도시의 이미지가 좌우된다.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건물만 즐비하다면 단조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까운 중국 상하이(上海)를 보자. 상하이 동방명주에 올라가면 마천루의 빌딩들이 숲을 이룬다. 수많은 빌딩들의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똑같은 모양의 건축물은 없다. 국가에서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다. 밤이 되면 휘황찬란한 네온 속에 각각의 특색을 드러낸다.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순한 치장을 넘어 예술이며 더 나아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명소까지 될 수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인 가우디의 작품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흔히 먼저 건물을 지은 뒤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내디자인까지 확정한 뒤 착공해야 디자인과 경제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건축 인테리어를 단순한 공간배치를 넘어 예술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20년간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온 이병재(53'어번디자인 스튜디오)씨. 자기가 디자인한 카페에서 만난이씨의 첫 인상은 퍽 젊어보였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답지 않게 자유로운 일을 하는 예술가의 특성상 자유분방함이 넘쳐났다.

건축학도였던 이씨는 대학시절 획일적인 도시 건물의 외관을 보면서 미학이 가미된 건축물을 만들 수 없을까 늘 고민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핸디환경디자인연구소(소장 박재봉)를 찾았다. 처음엔 도면 그리기부터 시작해 몇 달간 실무를 익히면서 차츰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대학졸업 후 건설회사에 잠시 취직했지만 판에 박힌 직장생활은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은 그에게는 맞지 않았다. 재미있고 자유로운 일에 대한 동경에 가득 차 직장을 나와 프리랜서로 새로운 세계를 찾게 된다. 프리랜서로 처음 발표한 '달' 이후 '커피 커피' '고도' 등 상업 공간(레스토랑'바 등)의 잇단 성공으로 건축인테리어의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인테리어는 적정한 크기의 공간설정과 합리적인 가구의 배치 등을 통해 문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즐거운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죠." 이씨는 즐거운 마음과 자유로운 발상으로 일을 하면 새로운 예술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순한 실내 인테리어가 아닌 건물 짓기 전 빈 공간에서 출발해 외관은 물론 내관까지 일관된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씨는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불러주기를 기대한다.

건축은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씨는 주거공간 건축의 경우 자신의 작업보다는 건축주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한다. 상업공간의 경우는 문화적 트렌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주로 한다.

이씨는 상업공간 디자인에 대해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식사를 하려면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듯 인테리어 디자인도 그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며 "매력적인 공간의 문화적 자극은 지역의 문화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각종 비즈니스의 척도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업공간의 디자인을 할 때는 매력적인 겉모습 뒤에 건물주의 흥망이 걸려있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마케팅적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이씨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작품을 추구한다. 도시적이고 절제된 자연을 주제로 식사공간을 표현하는가 하면 장어식당은 노출 콘크리트가 주는 재료 자체의 정직함을 드러냈고 병원을 치료개념이 아닌 미적 기준에 초점을 맞추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의 작품 중 라벨라쿠치나는 건축문화(2006년) 표지로, 그 외 다수 작품은 월간 인테리어 등에서 집중 조명했다.

"열정을 다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문화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젊은 시절 다양한 문화체험과 관련 잡지를 많이 읽어 현실을 일깨우고 영적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우선 호기심을 가지고 실행하기 전에 미리 계획하는 습관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형미와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을 갖춘 건물이 많아질수록 도시의 격도 같이 올라갈 뿐 아니라 관광명소로까지 각광 받을 수 있습니다."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의 새 모티브를 추구하며 살아왔고 그렇게 또 한길을 가고 있는 이씨의 웅변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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