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자연환경-조류②

▲ 1월 중순부터 독도를 찾아들기 시작한 괭이갈매기들이 독도 천지를 뒤덮고 있다. 서도를 배경으로 동도 접안장에서 촬영.
▲ 1월 중순부터 독도를 찾아들기 시작한 괭이갈매기들이 독도 천지를 뒤덮고 있다. 서도를 배경으로 동도 접안장에서 촬영.
▲ 괭이갈매기 무리 가운데 가끔씩 재갈매기(뒤쪽)도 눈에 띄지만 세력이 약해 먹이활동에서 늘 밀리는 입장이다.
▲ 괭이갈매기 무리 가운데 가끔씩 재갈매기(뒤쪽)도 눈에 띄지만 세력이 약해 먹이활동에서 늘 밀리는 입장이다.

"똥비를 맞아봐야지…."

독도에는 똥비가 내린다. 수천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무리지어 하늘을 날면 배설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 바위와 풀밭, 심지어 사람들의 옷과 머리 위를 가리지 않고 떨어진다. 옷에 묻은 갈매기 똥은 물수건으로 닦아도 쉽게 지워지지 않고 묽은 페인트 자국처럼 흔적이 남는다.

봄은 아직 저만치서 오고 있는데 기자의 윗도리는 벌써 군데군데 허옇게 물들었다. 금년은 예년보다 괭이갈매기들이 보름쯤 일찍 돌아왔다. 이들은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른 후 7, 8월이면 모두 울릉도나 육지 쪽으로 나갔다가 이듬해 2월 들면 다시 돌아온다.

올해는 이미 지난 1월 중순부터 수천 마리가 들어와 동도 부근, 접안장과 주변바위, 등대 뒤 구접안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괭이갈매기가 들어오고부터는 다른 종(種)의 새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독도 새는 90% 이상이 괭이갈매기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들은 수백 마리씩 무리지어 움직인다. 그네들이 어떤 방식으로 편제를 형성하고 대오를 갖추는지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하나의 무리는 분명 리더의 움직임에 따라 바다에 앉고 날아오르고 하늘을 맴돈다는 것.

각각의 무리가 하늘에서 군무(群舞)를 하는 모습은 잘 훈련된 카드섹션이다. 한 무리가 다른 무리의 대형 속에 들어가 뒤섞여 돌다가 다시 떨어져 나오고, 또 다른 무리가 와서 엇갈려 날면서 흩어졌다 모이곤 한다.

따뜻한 날 바위나 풀밭을 장악한 무리들이 아직 본격적인 짝짓기 철이 아닌데도 설쳐대는 꼴이 구애작전을 펴고 있는 중이다. 각자 다른 무리의 괭이갈매기들이 뒤섞여 서로 눈을 맞대고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고 부리로 쪼기도 하며 꽥꽥거린다. 독도는 영락없는 거대한 미팅 장소이다. 성급한 놈은 짝을 찾는 맞선장에서부터 등에 오르며 애정공세를 펴다가 자존심 상한 상대방에게 쪼이기도 한다.

건강한 2세를 낳을 만큼 신체는 튼튼한지, 알을 품는 동안 서로 교대해주고 밥은 굶기지 않을지, 바람이나 피우고 밖으로 나돌지나 않을지 서로 탐색하는 마당에 느닷없이 오버액션(?)을 해 버렸으니 타박을 당할 수밖에…. 그 녀석은 무리들 사이에 바람둥이로 소문이 나 앞으로 짝을 구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괭이갈매기들은 그렇게 선을 보고 짝짓기에 성공하면 대충 개밀 잎이나 검불로 둥우리를 틀고 알을 낳는다. 워낙 많은 개체가 좁은 섬에서 알을 낳으니 온 천지가 갈매기 알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예전 울릉도 어부들이 독도 근처에서 조업하고 돌아갈 때는 갈매기 알을 한 물통에 가득 주워갔다'고 한다.

알은 달걀보다 약간 큰데 삶으면 약간 비린 맛이 난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계란보다 맛이 뛰어나다는 축도 있고 비려서 못 먹는다는 축도 있다. 자칫 알을 잘못 주워가면 부화되다만 놈이 있어 못 먹고 버리기 일쑤다.

독도는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지로 보호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학자들은 괭이갈매기 개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한다. 학자들이 날아다니는 새떼를 어떻게 셈하는지 몰라도, 2007년 환경청에서 조사한 결과 독도에는 괭이갈매기 1만1천293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이 보고서에는 또 전년도에 비해서는 괭이갈매기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적고 있다.

괭이갈매기 개체수 변동과 관련, 경북대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 교수는 "독도의 괭이갈매기 개체수가 최근 다소 늘었다고 보고 있는데, 이것은 울릉도의 개발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조사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심각한 것은 서도에 쥐가 번식한 것으로 이는 괭이갈매기 생태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족이 줄었건 늘었건 상관하지 않고 하늘을 하얗게 덮은 괭이갈매기들은 소리 지르며 솟구쳤다 내려앉아 헤엄치기에 열중하고 있다. 내일도 대한민국의 최동단 새벽은 독도에서부터 열리고 독도의 새벽은 괭이갈매기의 고함소리와 함께 시작될 것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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