暗殺者(암살자), 刺客(자객)을 이르는 영어 assassin의 어원은 페르시아어인 '하슈샤신'(hashshashin) 또는 '하시시인'(hashishiyyin)이다. 그 뜻은 '하시시(대마초) 중독자'다.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니자리 이스마일파의 지도자 하산 이븐 알 사바흐가 종교적'정치적 반대파 암살을 목적으로 1090년 창설한 비밀결사의 조직원을 가리키는 별칭이었다. 훗날 아사신파라고 불리게 된 이 조직은 당시 이슬람 주류였던 압바스 왕조의 실력자들을 잇따라 살해,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암살단으로 악명을 떨쳤다.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도 수차례 이들의 공격을 받았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이들은 많은 군중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적을 처단했다. 적에 대한 징벌과 대중에 대한 교훈이라는 이중의 목적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들이 대마초 중독자로 불린 까닭은 擧事(거사)후 그 자리에서 침착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그 조직원들이 침착하게 죽음을 맞는 모습 때문에 이들이 하시시에 중독됐을 것이라고 믿는 동시대인들이 많았다. '하시시 중독자'라는 별칭이 훗날 '아사신'으로 변형되어 여러 나라 말에서 보통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아사신파가 정말로 환각상태에서 암살을 했는지는 논란이 많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이런 기록이 있지만 정작 이스마일파의 어떤 기록에서도 확인이 안 된다. 아사신파의 대마초 흡입 이야기는 주로 수니파나 서구의 기록에서 나온다.
지난 15일 예멘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을 사망케 한 자폭테러의 범인은 폭탄을 터트리기 앞서 각성제 암페타민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카트' 잎을 씹었다고 한다. 그의 나이는 18세였으며 18일 벌어진 2차 자폭테러의 범인 나이도 같았다. 아사신파의 암살예비군들은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순교 전까지 비밀정원에서 하시시에 중독된 채 하렘의 미희들에 둘러싸여 쾌락을 즐긴다. 아사신파의 지도자들은 이것이 알라가 약속한 천국이며 순교하면 그리로 다시 갈 수 있다고 세뇌했다. 암살예비군들이 한 치의 주저 없이 죽음의 길로 내달린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1천 년 전 이슬람세계를 공황으로 몰아넣었던 아사신파가 되살아난 것 같아 오싹해진다.
정경훈 논설위원 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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