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대가 변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살아가고 정부를 지탱하는 힘은 '사람을 어떻게 기르는가', 즉 '인재'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중앙공무원 교육원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지난 20일로 중앙정부의 행정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교육을 받는 중앙공무원교육원이 개원한 지 만 60년이 됐다. 교육원이 산업화 초기, 민간 부문의 역량을 뛰어넘는 인재들을 한데 모아 국가 재건에 나설 수 있는 엘리트 공무원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 한다.
취임한 지 1년이 된 정장식(59)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이날 "다음 60년의 화두 역시 '인재'"라면서 "우리 공무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행정고시 합격자들부터 고위공무원들은 물론, 말레이시아와 파라과이 등 외국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요즘에도 매일 1천여명이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정 원장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본적인 자유는 누리고 있지만 아직도 '성숙한 자유'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않았고 그런 측면에서는 펀더멘털(기초)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교육 과정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곧바로 전파되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고위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퍼뜨리는 전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 원장은 직접 특강을 자청, 지난 한달여 동안 14번이나 마이크를 잡았다.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운 지도자는 전 세계에서 이 대통령이 처음이었습니다. 아직도 적잖은 국민들이 이 정부에 대한 오해를 풀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가 교육원장에 취임한 후 '창조'와 창의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교육원이 바뀐 것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창의적 공직자가 한명, 두명 늘어날수록 수십, 수백만의 복지와 행복이 커지고 그것을 동력으로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교육원은 '창조학교-선진일류국가 오딧세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위공무원들을 강의실에 앉혀 놓고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기법을 응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 교육생들이 직접 요리하고 연극에 참여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도록 하는 등 오감(五感)을 활용,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저탄소 녹색성장과 에너지 자원 개발과정'과 '미래 예측과 대응전략 과정' '공직 리더를 위한 인문학 과정'도 정 원장이 달라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행시 12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 민선 포항시장을 거친 정통 관료인 정 원장은 지난 지방선거에 앞서 한나라당 경상북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실패, 공직을 떠나기도 했다.
그에게 다시 경북지사에 도전할 뜻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은 이 대통령이 맡겨준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는 생각뿐"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초 장·차관 워크숍을 교육원에서 하면서 벌어진 일화를 대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교육원 내 트랙을 함께 뛰면서 10바퀴를 돌고나서 5바퀴를 거꾸로 돌아서 장·차관들이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 뒤처졌던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포항이 고향인 그는 경북대 사대부설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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