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오톱 이야기] 면 생리대

[비오톱 이야기] 면 생리대

여성들은 한달에 한번 마술에 걸린다. 마술을 좋아하는 여성은 얼마나 될까? 물론 우리 자녀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가르쳐줘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배가 쪼개지거나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사람,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사람 등등 증상이 이러하니 그 현상을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그 아픔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이 일회용 생리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나 역시 허리가 아프고 배가 훑어 내리는 듯해서 시작하는 생리 첫날 하루는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정상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당시 내가 일하고 있던 시민단체에는 면 생리대를 만드는 팀이 있어 면 생리대의 필요성과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었다.

나 역시 생리대는 만들어 놓고서 "양이 많은 날에 새면 어떡하지, 세탁은 또 어떻게…" 등의 이유로 사용을 주저했다. 첫 사용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용을 시작하고 보니 배가 아픈 것도 많이 줄어들고 허리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세탁 역시 저녁에 세안하면서 찬물에 담가 놓았다 핏물이 어느 정도 가시면 세탁기에 휭…. 몇 달에 한번 정도 삶아주면 그걸로 끝이다.

고교생인 딸은 초경 때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다가 중간에 면 생리대로 바꾸었다. 두개를 다 사용해 봤으므로 일회용 생리대의 편리성을 안다. 하지만 딸은 면 생리대를 선택했다. 양이 많은 날에는 교복을 버린 적도 있다. 그래도 꿋꿋하게 학교로 면 생리대 가방을 가지고 간다. 보다 못해 시장에 가서 한 쪽은 방수, 한 쪽은 면으로 된 천을 떠서 생리대 모양으로 오려 패드 안에 넣어주었다. 양이 많은 날에는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무심코 쓰는 일회용 생리대는 어떨까? 한 여성이 평생 쓰는 일회용 생리대 수는 무려 1만개가 넘는다. 펄프로 만들어지므로 단 한번 사용을 위해 많은 나무들이 베어져야 한다.

생리대는 나무를 베어 석유화학처리를 한다. 여성의 질은 무엇이든 흡수하는 흡착력이 강하다. 그런데 한 달에 한번 5, 6일 정도 계속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건강에 좋지 않음은 물론 매립 때는 화학약품덩어리가 지표에 스며들어 땅을 오염시키고 썩는 데도 100년이 넘게 걸린다. 태운다면 대기가 오염된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 생리는 늘 불쾌한 냄새와 통증을 동반했다. 끝나갈 무렵 가렵고 짓무르거나 염증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면 생리대로 바꾸고 나니 냄새가 덜했고 가려움증이나 짓무름, 염증도 없어졌다.

대구는 면 생리대를 만들기에 좋은 곳이다. 시장에 나가 예쁜 융천을 구입해 딸과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바느질을 하자. 홈질과 박음질만 할 줄 알면 된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 남자도 바느질을 잘하는 것을 보았다.

엄마와 여자 친구를 위해 생리대를 만드는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는 것은 애정의 최고 표현이다.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일회용품도 생각하면서 선택해야 한다. (3월 5일자 '왜 우유를 먹니?' 는 박정훈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피터싱어의 '죽음의 밥상'을 참조했습니다.) -끝-

박선희(곰네들누리터'장터) 053)754-5551, cafe.daum.net/gomned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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