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도심 교통흐름 대혼란 우려"

▲ 대구시가 올해 중 완공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위해 중앙네거리에 사방 횡단보도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에 비해 교통 체증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내려다본 중앙네거리.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대구시가 올해 중 완공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위해 중앙네거리에 사방 횡단보도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에 비해 교통 체증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내려다본 중앙네거리.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시가 추진 중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전용지구·대구역~반월당네거리 1.05㎞)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이 이면도로 교통 처리, 주변 상권 활성화, 차량 분산 등에 대한 종합적 분석·검토 없이 추진돼 도심 교통을 대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분석·검토 없는 마구잡이 추진

대구시는 중앙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차로 폭을 줄이고 버스를 제외한 다른 차량 통행금지)로 만들면 도심 교통난 완화, 상권 활성화, 보행환경 개선, 대중교통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가 탁월하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대한교통학회 대구경북지회가 26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연 교통문제 공개포럼에서 발제자·토론자들은 거의 한목소리로 대구시의 교통 행정의 난맥상을 질타했다.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용지구 사업 자체는 좋은 발상이나 추진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첫 주제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에 따른 주변 교통체계대책'의 발제자인 대구대 정성용 교수(부동산 학과)는 "전용지구의 교통량 외에 종로, 약전골목 등 주변 이면도로의 체계적인 교통처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도심 교통 흐름에 심각한 장애가 우려된다"며 "주변 상권 관련 계획도 없어 이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간선도로만 운행하는 시내버스의 노선 신설 같은 대중교통서비스 개선 사업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설계에 참여한 한 참석자는 "계획 수립단계에서 중앙로를 중심으로 한 교통량은 조사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상권이나 도시계획 등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대구시가 승용차 진입 제한에 따른 이면도로 교통처리, 남북 간 교통량 분산 등에 대해 구체적인 검증 없이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길이 막히면 그때 가서 풀면 된다'는 무책임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국채보상로 횡단보도는 어디로?

한일극장 앞 및 중앙네거리 횡단보도 설치 문제도 논란이 됐다. 계명대 김기혁 교수(교통공학과)는 발제에서 "중앙네거리 대각선 횡단보도,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중앙네거리 대각선 횡단보도 및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등 3가지 안을 갖고 교통량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경우 교통 체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현재 추진 중인 중앙네거리 대각선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자 통과시간이 45초로 신호주기가 160초나 돼 간선도로인 국채보상로의 정체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대구시는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는 지하상가 상권 위축 등을 이유로 중앙네거리 횡단보도 설치를 고집하고 있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이미 대구경찰청의 교통규제개선위원회에서 부결됐으나 대구시는 별다른 수정 없이 다시 상정한다는 입장이다.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은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동성로를 잇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대구시가 집단 민원이나 정치적 이해에 휩쓸려 정책을 추진해 도심교통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인 경북대 이정호 교수(건축학부)는 "대구시의 밀어붙이기식 교통 정책은 도심재생을 가로막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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