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공포가 지구촌을 덮치고 있다. 그 근원지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금융위기가 실물침체로 전이되면서 선진국 시장의 소비심리와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개도국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이미 8%를 돌파했고, 이번 경기 침체로 440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됐다. 구직을 단념한 근로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업률이 11.3%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재정에 투입해 35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해도 최근 추세처럼 매달 6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양산된다면 2010년 경기 회복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세계 경제 2위며 종신고용의 상징인 일본도 감원태풍이 거세다. 자동차에서 시작된 감원이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 실직자수가 15만명에 달해 작년 11월 3만명에 비해 3개월 만에 5배나 늘어났다. 최근 10%대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작년 부도 처리된 중소기업은 67만 개에 달했으며 기업 이익 증가율은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5%로 하락했다. 1억3천만명으로 추정되는 농민공(農民工·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출신 노동자) 중 2천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지난해 560만명의 대졸자 가운데 150만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소비침체와 저성장에 빠져 조만간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대량 실직 사태 현실화로
실직의 아픔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직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 덜어준다는 취지의 실업급여 신청을 받는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루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 졸업 3년째인 ㄱ씨. 지난해 40차례가 넘게 입사원서를 냈지만 아직 서류전형을 통과한 곳이 없다. 시급 4천원의 아르바이트도 해봤지만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다. 부모님 눈치 보기도 이젠 지칠 정도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의 시간 속에서 ㄱ씨는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서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올 대졸자 중 취업자는 15%도 못 미치는 청년실업의 희생자이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들의 취업 잔혹사를 보는 듯 하다. 40대 ㄴ씨는 컴퓨터 디자인 회사를 다녔던 전문직 출신이다. 20년의 직장생활을 하루아침에 잃고 나니 앞길이 막막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돌봐야한다는 책임감에 일용직 일자리라도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생활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디자인쪽 전문직종을 구하려하나 현실은 캄캄하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직에 10년 근무했다는 30대의 ㄷ씨도 앞의 ㄴ씨와 같이 전문직종을 구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하릴없이 백수생활을 하다보니 무기력증에 빠지는 게 가장 걱정된다. 건설경기가 빨리 풀려 직장에서 열심히 일 해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대학졸업 후 6년간 화장품회사에 다니다 실직한 20대 ㄹ씨(여성)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잔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 온갖 잡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잠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생활로 신체리듬이 깨지고 소화불량 증세가 심해져 내시경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섬유업계에서 25년간 근무했다는 50대 ㅁ씨. 2003년도 섬유업계가 불황의 직격탄을 맞자 실직한 뒤 지하철공사 용역으로 3년간 일했으나 정규직 전환이 안돼 3개월째 실직 상태다. 아들 대학 시키랴 한창 돈 많이 들어갈 50대에 아내가 가정을 꾸려가는 것을 대책없이 쳐다봐야만 하는 심정이 안타깝다. 50대 이상은 준고령자에 속해 직장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할땐 소주한잔으로 달랜다. 친구들 계모임에도 가기조차 어렵고 아파트 주민 보기 부끄러워 외출마저 꺼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20, 30대는 그나마 재기의 꿈이 있지만 50대는 그 꿈마저 앗아가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아파트 경비자리라도 알아봤지만 60세 이상이 돼야 자격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일노동직에 취업하려해도 실업급여가 정지되는 현실에 무기력할 뿐이다.
#고용동향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올 2월 취업자는 2천274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만2천명이 감소했고 고용률(취업인구비율)은 57.0%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p 낮아졌다. 특히 실업자 수는 92만4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만6천명(12.9%)이나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업률은 3.9%로 0.4%p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8.7%로 1.4%p 올랐다.
대구의 경우 취업자수는 110만2천명으로 4만5천명(-3.9%) 감소했으며 고용률은 54.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p 하락했다. 실업자는 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천명)에 비해 무려 60.1%나 급증해 심각한 실직사태를 우려케 한다. 실업률은 5.1%p로 1.9%p 상승했다.
경북의 경우도 실업자 수는 4만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천명)에 비해 49.7%나 급증했고 실업률은 3.3%로 1.0%p 상승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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