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정적 한국어 강의 대구 출신 이정미씨 영면

"참된 학자" 울어버린 미국 대학들…모교 UCLA 조기게양 애도 확산

"성실함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참된 애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비록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학자로서 강사로서 모범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던 지역 출신 한 교수의 죽음에 미국 대학가가 슬픔에 빠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티대학은 최근 이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이정미(미국명 소피아 리·사망당시 39세·사진)씨를 기리는 장학금을 이번 가을학기 때부터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대학에서 7년 동안 한국학을 가르치던 이씨는 지난해 말 맹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구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간 이씨는 1994년 버클리대에서 동아시아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후 1997년 코넬대에서 아시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UCLA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그는 로스앤젤레스시티대학을 비롯해 LA 인근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 한국사, 한국 문화 등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강사로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 그의 강의실엔 언제나 수강생들로 만원을 이뤘다. 그는 가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시간 강의를 위해 오전 2, 3시까지 준비했다"고 말할 정도로 철저하게 강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동료교수들은 이씨에 대해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훌륭한 인재였다"며 "학자로서, 강사로서 발전 가능성이 컸다"고 아쉬워하고 있고 학생들도 "그처럼 열심인 강사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에 대한 추모 열기는 미국 대학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모교인 UCLA는 전체 교수회의를 거쳐 이씨가 공부하고 소장한 1천여권의 한국학 관련 책과 논문 자료들을 모아 이씨의 미국명을 딴 '소피아' 문고를 준비중이다.

또 이 학교 총장은 학교 차원에서 이씨의 학자로서의 업적과 학교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리기 위해 지난 2월 5일 학교에 조기를 게양, 죽음을 애도했다. 이씨가 강의하던 또 다른 학교인 산타모니카 칼리지에서도 유족에게 감사장을 전하며 한미문화의 가교 역할을 한 이씨의 업적을 기렸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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