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음악의 문학·미술성 외 또 다른 가능성

이영수 렉처 리사이틀…윌리엄 베넷의 타파넬이야기

음악은 소리를 재료로 하여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 한다. 따라서 재료가 바뀌면 예술의 장르도 바뀐다. 몸짓을 재료로 하면 무용, 물감을 재료로 하면 회화, 문자가 재료가 되면 문학…. 군가나 광고음악 등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특수목적의 음악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위의 정의만을 전제로 두고 살펴보면 예술의 목적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예술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의 결과물이라 생각할 수 있다. 모든 시대의 예술을 완벽하게 정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다는 예술의 대명제는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음악의 문학성, 미술성 그리고 무용이나 기타 종합예술들과의 관련성이 상당한 당위성을 갖는 부분이다.

1990년대 초반에 앤드류 리톤(Andrew Litton)이 지휘하는 달라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0세미만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게 하는 독특한 음악회를 열어 세계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일이 있었다. 넓은 음악회장의 객석을 들어내고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당시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있던 필자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접했었다. 그 날 연주되었던 곡은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의 아이들이 바다를 그렸고, 전체적으로 3분의 2 정도의 어린이들이 물과 관계된 그림을 그렸다. 어린이들이기에 가능했을 법한 작곡가의 음악적 표현이 영상적 상상력의 공감대를 제공한 결과는 여러 예술 장르의 연관성에 상당한 공감대 형성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오는 7일 우봉아트홀에서 열릴 이영수 교수(영남대)의 '컴퓨터, 신디사이저 그리고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음악회(Lecture Recital)와 세계적인 플루트 연주자 윌리엄 베넷과 동료들이 엮어내는, 플루트연주자이자 작곡가, 교육자였던 클라우드 폴 타파넬(프랑스, 1844~1908, 근대 플루트 연주법의 확립자)의 작품들을 해설을 곁들여 연주하는 해설 음악회(Lecture Concert)를 소개한다.

이영수 교수는 이미 20년 이상 전자악기들을 사용해 다양하고도 많은 실용적인 음악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이번 발표회에서도 전자악기와 컴퓨터를 이용한 자신의 작품과 기존의 작품들을 전자음향으로 재현한 음악들을 이야기를 곁들여 발표하게 되며, 소프라노 최윤희 교수(영남대)가 같이 무대를 꾸린다.

윌리엄 베넷은 플루트의 기능적, 기법적 진화를 이끌어낸 지대한 공헌자이며, 세계적으로 최고의 플루트 교수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두 음악회의 특징은 무엇보다 해설이 있다는 점이다. 연주만 들어서는 막연하기만 한 음악도 해설이 곁들여지면 상상력과 이해력이 배가될 수 있다. 필자는 이 두 음악회를 통해 청중들이 음악의 문학성, 미술성뿐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음악이 제공하는 다양하며 연상 가능한 판타지, 그리고 색다른 가능성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

이철우(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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