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리·영상 박물관' 만든 ㈜DBS 대경방송 김희선 사장

▲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기 전 1800년대 중반 유럽에서 사용했던 뮤직박스와 동판(LP 판과 비슷한 모양인데 동으로 만든 일종의 음반)을 김희선 대표가 소개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기 전 1800년대 중반 유럽에서 사용했던 뮤직박스와 동판(LP 판과 비슷한 모양인데 동으로 만든 일종의 음반)을 김희선 대표가 소개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한국 소리·영상 박물관'(DBS 대경방송 부속 건물)에 가면 소리와 영상의 역사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시대별, 브랜드별 음향 기기와 라디오, 텔레비전 관련 자료 1만 1천점이 전시돼 있는 것이다.

1877년 에디슨이 만든 최초의 축음기 '틴포일'에서부터 최신형이랄 수 있는 스위스 골드문트사의 앰프와 스피커까지 소리나는 기기는 종류별로 다 있다. 축음기 이전의 음향 기기인 동판 뮤직박스에서 초창기 튜브형 레코드, LP판, CD, DVD에 이르기까지 소리의 역사에 등장했던 기기는 모두 있다. 에디슨사, 빅터사, 파테폰사, 오데오 그래모폰사, 존오폰사 등 다양한 회사의 제품들이다. 수백만원짜리 제품부터 수억원짜리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생산된 지 200년 가까이 된 제품도 있고 10년이 안 된 제품도 있다.

이 박물관의 음향 기기들은 모두 살아 있었다. 1950년대 제작된 매킨토시사의 엠프와 스피커가 쏟아내는 장사익의 '찔레꽃'은 구슬펐고, 1800년대 중반 생산된 뮤직 박스의 연주는 영롱했다.

에디슨이 설계하고 그의 조수 배츨러와 크루스가 제작한 틴포일은 한 번만 녹음할 수 있고, 재생 횟수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축음기 덕분에 사람들은 속기사의 도움 없이 말을 받아 쓸 수 있었고, 장님에게 책을 읽어 줄 수 있었다. 조작할 수 없는 유언을 남길 수도 있었다. 에디슨 클래스 엠은 1889년 에디슨이 5일 동안 밤잠을 설치며 만든 제품으로 재생 기능을 가진 최초의 밀랍관 축음기였다.

박물관엔 축음기 이전의 음향 기기인 뮤직 박스도 무척 많다. 뮤직 박스는 1800년대에 주로 스위스와 독일에서 만든 일종의 음악 완구다. LP판 크기의 동판에 노래를 담은 '동판 레코드'의 소리는 맑고 고왔다. 1850년대와 1860년대 독일에서 만든 '폴리폰 뮤직박스'에는 호두나무 몸체에 시계가 부착돼 있고 동전 투입구가 있다. 당시 시민들은 거리에 설치된 뮤직 박스에 동전을 넣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텔레비전과 카메라, 방송 장비 등 영상기기 역시 시대별, 종류별로 다 있다. 겉만 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알고 보니 라디오와 텔레비전이었다. 1923년 제작된 '엣워터 겐트 진공관 라디오'에는 커다란 안테나가 붙어 있다. 전파를 깨끗하게 잡아들이는 장치다. 세계 최초의 텔레비전인 영국의 '베어드 30라인'은 1925년 모델로 브라운관이 손바닥만큼 작다. 1960년대 금성 라디오는 이곳 라디오들 사이에서 '청년'이 아니라 '소년' 축에 든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에디슨의 다양한 관심사에 놀라게 된다. 그는 축음기와 필라멘트 전구뿐만 아니라 재봉틀, 전기 오븐, 전화기, 전기 모터, 탈수기가 붙은 세탁기, 광산용 헬멧도 만들었다. 심지어 술병, 약병, 다리미, 커피 포트도 만들었다.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자신의 인형을 만들어 자랑했다. 에디슨 인형은 자신이 만든 필라멘트 전구를 들고 있었다. 박물관에는 에디슨이 사용했던 지갑도 있다.

이곳에 '소리와 영상의 역사'를 모은 주인공은 (주)DBS 대경방송 김희선(54) 사장이다. 30년 가까이 방송의 음향 기술자로 일했던 그는 '쓰던 물건을 버리기 아까워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나,둘 역사가 저장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재미'가 붙었고 급기야 수집에 나섰다. 국내는 물론 해외 출장 때는 오래된 음향 기기와 방송 기기가 보이면 수집했다. 나중에는 수집을 위해 일부러 해외에 나가기도 했다. 오래되고 좋은 제품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인을 며칠씩 설득해 사들이기도 했다.

"초기에는 영수증을 다 모았어요. 어느 날 영수증을 보았더니 기가 막힙디다. 액수가 너무 많았던 것이지요. 그날부터 영수증을 안 모았어요. 영수증 쌓이는 걸 보자니 물건을 못 사겠더라고요."

그는 지금까지 '소리와 영상의 역사'를 수집하는데 20여억원을 썼다고 했다. 하도 많이 수집하다 보니 요즘은 음향, 영상 기기를 기부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팔겠다는 사람도 있다.

'소리와 영상의 역사'를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소문 듣고 단체로, 혹은 개인적으로 구경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특히 음향 기기 마니아들이 열광한다고 한다. 급기야 충청도의 한 방송사의 제안으로 올해 7월부터 전주와 서울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내년에는 대전과 부산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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