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예방접종 꼭 맞혀야 하나?

주부 김미영(35)씨는 생후 4개월 된 아들의 BCG 예방 백신 접종을 위해 소아과에 갔다가 어리둥절했다. 얼마 전 한 대학병원에서 BCG 접종비가 4만5천원이라고 적혀 있는 걸 봤는데 이 병원에선 7만원을 받았던 것. 또 로타바이러스 장염 백신도 예방접종 항목에 추가됐다는 얘기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잖아도 예방접종비가 수만원에서 비싼 것은 10만원이 넘고 또 종류별로 여러 번 접종해야 하는 것도 있어 부담이 큰데 하나 더 늘었기 때문. 김씨는 "일반 병·의원 접종비가 대학병원보다 비싼 이유도, 지금까지 하지 않아도 됐던 예방접종을 왜 갑자기 하라는지도 모르겠다"며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접종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고 싶은데 잘 알지도 못하고 불안하기도 해 그냥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예방접종, 꼭 해야 하나?"

어린아이를 둔 부모에게 예방접종은 '딜레마'다. 국가에서도 접종을 권장하지만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예방접종 종류별로 다 맞히려면 수백만원이나 들어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다 종류도 왜 그리 많은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접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궁금한 것도 많다. 예방접종 종류별로 다 맞혀야 되는지, 접종비는 의료기관마다 왜 다른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 등이다. 보건소와 병·의원의 백신은 또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다. 보건소에선 '공짜'로 접종해주기 때문에 '혹시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예방접종을 하고 나면 아이의 컨디션도 안 좋고 미열도 나 은근슬쩍 부작용도 우려된다. '궁금증투성이', 예방접종에 대해 알아본다.

◆예방접종, 해야 하나

예방접종의 목적은 병에 걸린 적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 병의 원인균이나 바이러스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백신을 투입, 인체 내 면역반응을 유도해 내는 것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전문의들의 얘기다.

물론 선택은 부모나 당사자의 몫이다. 그러나 자칫 병에 걸리면 치명적인 후유증을 앓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예방접종 대상 질병의 경우 대부분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접종하는 게 좋다. 보건 관계자들도 국가나 대한소아과학회가 정한 필수예방접종은 가능한 한 맞는 게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선택예방접종 등은 국가와 소아과학회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사정이나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예방접종, 어떤 게 있나

질병의 위험성과 빈도가 높은 질병 중 예방효과가 큰 것을 예방접종 대상으로 한다. 결핵, B형 간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폴리오, 홍역,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풍진, 수두,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신증후군출혈열, 로타바이러스 등이 있다. 디프테리아는 디프테리아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전염병이고, 파상풍은 보통 전신 근육이 경직되는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다. 백일해는 백일해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해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이른다. 폴리오도 소아 하지 마비를 일으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풍진은 발진이나 림프절염을 동반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임신 초기 여성이 풍진에 감염될 경우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크다. 복지부의 표준예방접종일정표나 예방접종도우미(http://nip.cdc.go.kr) 사이트를 참고하면 예방 접종의 종류, 방법, 시기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필수와 선택은 어떻게 다른가

보건복지가족부(질병관리본부)는 크게 국가필수예방접종과 임시 예방접종, 기타 예방접종으로 나누고 있다. 국가필수는 국가가 권장하는 예방접종으로 BCG(결핵·피내용), B형 간염,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폴리오, MMR(홍역, 볼거리, 풍진), 일본뇌염(사백신), 수두, Td(파상풍, 디프테리아 추가),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신증후군 출혈열 등이 있다.

국가가 정한 예방접종에 선택 항목은 없다. 대한소아과학회도 지난해 예방접종을 기본접종과 선택, 선별, 임시접종 등으로 나눴다. 기본접종 백신엔 BCG, B형 간염, DTaP, Td, MMR, 일본뇌염, 수두, 인플루엔자(6~23개월 소아), Hib 등 국가필수와 비슷하다. 선택접종은 접종 비용과 기대 효과 등을 고려한 것으로, 말 그대로 선택 사항이다. 폐구균단백결합백신, A형 간염, 로타바이러스 등이 이에 속한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심한 설사를 유발하는 로타바이러스를 가장 최근에 선택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복지부는 이를 예방접종 분류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이들 예방 접종 대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효과, 질병역학 변화 등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 B형 간염, 로타바이러스, DTP, 뇌수막염, 폐구균, 폴리오, MMR, 수두, A형 간염, 독감, HPV 유두종 등을 필수 예방접종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의료기관마다 접종비가 다른 이유는

현재 접종 비용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건소는 국·시·구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예방접종에 따라 접종비가 무료거나 싸다. 병·의원마다 비용에 차이가 나는 것은 진찰료·행위료, 인건비 추가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생백신이나 사백신, 수입 완제품이나 국내 생산 백신, 경피 및 피내 등 백신의 종류에 따라 접종비가 달라질 수도 있다. 대학병원 등은 대량 구매해 구매단가가 상대적으로 싼데다 접종에 따른 이윤도 크게 남기지 않기 때문에 일반 병·의원보다 접종비가 저렴할 수 있다. 지난달부턴 '필수예방접종비용 국가부담사업'이 시행돼 만 12세 이하의 경우 보건소나 시·군·구에서 위탁한 민간의료기관에서도 국가필수예방접종 8개 항목에 한해 접종비의 30%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정 의료기관은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http://nip.c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영애 대구 중구보건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