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멘탈이다]마음의 구성

사람의 중추신경계는 두개골 안의 대뇌'소뇌'중뇌와 두개골 밖의 척수로 이루어진다. 마음을 관장하는 두뇌가 이처럼 몇몇 부위로 나누어져 있다면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마음이라는 것이 손에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눈에 띄지도 않아 오감으로 지각되지는 않지만 여러 분야, 또 기능으로 나누어 본다는 것이 그리 아득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알고 싶은 호기심, 불쌍한 사람을 구휼하고픈 동정심, 과거의 사건을 오늘 생각할 수 있는 기억, 물건 흥정에 얽히는 계산과 고도의 심리전 등이 다 마음이다.

사실 마음이 몇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플라톤은 영혼을 욕구와 기개'용기, 그리고 이성적 부분으로 나누었다. 욕구의 부분은 육체적 욕망으로, 제일 하위 수준이다. 이성적 부분은 인간을 짐승과 구분 짓는 것으로, 불멸이고 신적인 것과 유사하다. 이성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 이 둘 사이에는 기개'용기의 부분이 있다.

인간의 마음은 본능'자아'초자아의 복합이라는 것이 정신분석학의 주장이다. 흔히 말하는 삶의 본능은 성적 본능, 죽음의 본능은 공격 본능과 관련된 것이다. 양심과 이상자아의 혼합인 초자아는 본능의 대척점에서 본능을 통제하므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신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자아는 본능과 초자아 사이에서 개체의 내부와 외부 현실의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에 동원되는 것이 자아의 방어기제인데,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란 건전한 방어기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용어들이 언젠가는 생리학적 용어나 화학적 용어로 대치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 '언젠가'가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신경과학의 등장이다. 의학'물리학'수학'통계학'컴퓨터의 발전과 철학적 사유의 덕분이다. 신경과학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플라톤이나 프로이트와는 많이 다른, 그렇지만 완전 다르지는 않은 이야기를 한다. 의식이나 원시적인 수준의 정서는 인간과 동물이 다르지 않다. 인간의 마음으로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대뇌피질이 하는 일이다. 생각, 인지기능, 성격이 여기에 속한다. 인지기능에는 주의집중, 지각, 언어, 지능, 판단, 기억, 통합'수행기능 등이 포함된다.

지금은 신경과학의 시대이다. 연구 성과들이 더욱 축적되고 걸출한 이론가가 등장해 마음의 기능이나 구성에 대해 완벽에 가까운 틀을 만들 날, 프로이트의 꿈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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