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4일 중국 신문들은 일제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G20정상들이 찍은 단체사진에서 주최국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 옆자리에 자리 잡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번째 열로 밀려난 것과 달리 후 주석이 앞줄 중앙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 높아진 중국의 지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등 떠들썩했다.
하긴 요즘 중국인들의 또 다른 관심은 '위안화(元貨)가 달러화를 대신해서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신화폐논쟁이다. 이번 주에 발매된 중국의 시사주간지 '중국신문주간'도 '인민폐는 불쾌하다'는 주제로 높아진 중국의 경제위상에 걸맞게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인민폐는 불쾌하다는 말은 요즘 중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중국은 불쾌하다'(中國不高興)는 책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책은 더 이상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며 서방을 향한 경고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티베트 문제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 행태는 反(반)중국 이미지를 부추기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도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 전체에서 풍기는 강한 냄새는 민족주의 애국주의다.
사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짧은 만남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미국과 중국의 G2 정상회의와 다름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2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증액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등 국제사회에서 티베트 문제의 공론화에 앞장서 온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서 "티베트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고 티베트 독립을 반대한다"는 다짐도 받아냈다.
후 주석이 3일 런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어제 열린 주요 20개국 런던 정상회의가 원만하게 성공했다"면서 "한국도 삼두마차 중 하나로 중요 작용을 했다"고 한국 대통령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칭찬해 준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덕담에 지나지 않는다.
G20이 열리는 사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인사들은 연일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 혹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야당 중진 정치인의 출마문제, 무소속 예비후보의 사퇴논란 등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정치는 늘 이 모양 이 꼴이다. 바깥을 보고 싶어하지도, 우물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경주는 아예 '친이'와 '친박'의 볼모로 사로잡혀있다.
중국의 라오바이싱들이 G20을 통해 중국의 미래를 보듯이 우리도 오는 29일 경주에서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명수 서울정치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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