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산구곡' 관광자원으로 만든다

▲ 도산구곡 문화연대 회원 10여명이 지난 3일 조선시대 퇴계선생이 유학의 장을 새롭게 연 장소인 도산구곡을 답사하고 있다. 엄재진기자
▲ 도산구곡 문화연대 회원 10여명이 지난 3일 조선시대 퇴계선생이 유학의 장을 새롭게 연 장소인 도산구곡을 답사하고 있다. 엄재진기자

중국 남송 사람 주희는 무이산에서 주자학(성리학)을 성립했다. 이 때문에 주자의 성리학을 이어받은 조선시대 선비들은 주희가 머물렀던 무이정사에서 서원의 모범을 찾았고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읊으며 주자를 흠모했다. 율곡 이이는 해주 석담에 은거하면서 무이산 은병봉에서 이름따와 은병정사를 짓고 무이구곡가에 영향을 받아 '고산구곡가'를 지어 우리 산천을 노래했다. 후대 우암 송시열도 화양계곡에 은거하면서 그 곳을 화양구곡이라 이름 지었다.

조선시대 유학의 장을 새롭게 연 퇴계 이황은 도산서원을 열고 후학들과 연구하면서 무이산에서 학문을 이룬 주희를 생활의 모범으로 삼았다. 퇴계는 오가산지(吾家山誌)에서 청량산 계곡을 따라 낙천(洛川)이 굽이굽이 흐르면서 절경을 이루는 '도산구곡 원림'을 지어 노래 불렀다.

제1곡은 운암(雲巖)이요 제2곡은 월천(月川), 제3곡 오담(鰲淡), 제4곡 분천(汾川), 제5곡 탁영(濯纓), 제6곡 천사(川砂), 제7곡 단사(丹砂), 제8곡 고산(孤山), 제9곡 청량(淸凉)으로 이름지어 무이구곡에 비견해 읊었다.

퇴계는 주희가 무이구곡의 제5곡을 '산 높고 구름깊어 숲이 언제나 안개구름에 어둑하다'고 노래하며 그 곳에다 무이정사를 지었다. 퇴계도 도산구곡의 제5곡에다 도산서당을 마련하고 '오곡의 깊은 산 들어가니 은거하던 선비들 어디 있는고 달밤에 거문고 뜯어본 들 저 산 앞 초부가 알아 주련가'라며 노래했다.

안동지역 문화·종교인들을 중심으로 퇴계가 중국의 무이구곡에 비견해 노래했던 안동 '도산구곡'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퇴계의 도산구곡에 산재한 종가, 문화재와 관련있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도산구곡 문화연대' 창립 발대식을 가졌다. 이들은 발기문을 통해 불교와 유교가 상호교류하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해 화해, 협력으로 새로운 관광문화 패러다임을 이루자고 했다.

지난 3일에는 안동지역 스님과 유가의 종손, 문화인사 등 10여명이 도산구곡을 답사했다. 이들은 도산구곡의 관광자원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구곡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들의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이날 첫 답사에 나섰다.

답사길에는 퇴계 후손인 이동수 유교문화교류협회장, 농암 이현보 후손 이성원 농암종택 종손, 용수사 주지 정왜 스님, 고구려서당 송하문 선생, 권준 화백, 최성달 작가, 안동대 어학원 최동구 실장, (사)물아껴쓰기운동본부 손호영(경북축구협회장) 회장, 향토사연구가 오수현·고경호씨, 청암조경 김덕현 사장, 문화콘텐츠기획자 이대율, 사진작가 강병두, 영상작가 조현규씨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앞으로 열 차례 정도의 답사 일정을 통해 도산구곡에 흩어져 있는 30여곳의 지정문화재와 200여곳의 지역 문화재 현장을 찾아 발굴과 보존상태를 확인하고 '도산구곡 문화재 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 도산구곡 주변 낙동강 상류의 자연생태계와 오염상태를 눈으로 살펴보고 보존 방안도 마련한다.

이동수 회장은 "도산구곡의 숱한 문화재들이 안동호 담수 이후 수몰됐다. 지정 문화재 경우 다른 곳으로 이전된 것도 있지만 제대로 보존되지 못했다"며 "이번 답사길에 문화재 현장을 더듬어 아름다운 지역 문화를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고 했다.

이번 답사는 그림과 글, 영상과 사진 등으로 기록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안동을 알리는 순수 민간 문화모임의 역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도산구곡 구석구석을 발로 찾아 퇴계선생의 가르침을 느끼고 불교와 유교문화를 아우러는 명상여행체험 트레일로 가꿀 계획이다.

첫 답사에서 참가자들은 분천에서 도산서원까지 32곳의 문화유적을 찾았다. 또 참가자들은 ▷계남~용수사 32곳 ▷도산면사무소~용수사 12곳 ▷1곡 운암곡~예안 20곳 ▷예안~월천곡 15곳 ▷하계마을~단사곡 33곳 ▷단사곡~청량산 18곳 ▷청량곡~청량산 39곳을 찾아 나선다.

발대식에서 정왜스님은 "도산구곡 유적답사는 수백년 시대를 거슬러 올라 선조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는지 더듬고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답사길을 글로 남기게 될 최성달 작가는 "도산구곡 트레일에는 서원과 종택, 사찰과 암자, 기암괴석과 수려한 자연경관, 독립운동 유적 등 근현대사적 문화재 등 숱한 현장이 있다"며 "이 곳에서 현대인들이 시대를 거슬러 유유자적하고 물욕을 버리고 검소할 수 있는 생활철학을 얻을 수 있는 명상체험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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