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당신은 진실하세요?

'거짓 없이 참되고 바르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실'은 그 말을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참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먼 옛날 삼한시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소도(蘇塗) 같은 신성함이 발음할 때마다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은 단어가 바로 '진실'이다.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세상이다. 그럴수록 '진실'이라는 것이 더욱 절실해진다.

대학 시절인 듯싶다. TV를 통해 보여준 한 신문사의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한 남자가 주차된 차의 유리창을 내리치고 있었다. 남자는 뭔가에 화가 난 듯 분통을 터트리며 차 창문을 마구 부수는 것처럼 보였다. 차 주인에 대한 분풀이인지 아니면 화를 참지 못하고 용광로같이 들끓어버린 속을 마음대로 풀어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밉상스럽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펼쳐지는 반전. 그 남자는 유리창을 부수고 차문을 열어 그 안에서 울고 있는 여자 아이를 꺼내 안았다. 극적인 구출 작전 같은 장면이 남자의 난폭한 행동을 일시에 용감한 행동으로 변환시켰던 이 광고의 주제는 '사실'과 '진실'이었다.

당시 창간한 한 언론사가 '사실'이 아닌 '진실'을 보도하겠다는 다짐을 그러한 설정의 광고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남자의 앞부분 행동은 분명 폭력이다. 그리고 그건 보는 그대로 '사실'이다. 하지만 왜 그러한 폭력을 써야 했는지 뒷부분의 '진실'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 남자는 비난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사실은 늘 보이지만 진실은 간혹, 아니 어쩌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지금의 사람살이다. 더구나 미디어가 발전하고 수많은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분명한 소신과 명확한 역사적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지혜가 있을 때 '진실'은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박경리 선생은 대하 소설 '토지'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 주었다. '탐욕은 손에 넣기 쉬워도 진실은 잡기 어렵다. 사람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맑은 물줄기에서 탈락한다.' 과연 이 말에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진실이 황사 속에 묻혀버리는 4월이다. "진실은 고통스럽기에 차라리 망각 속에서 안온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더 이상 봄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봄비가 내리는 4월은 약간의 생명만 유지하며 망각과 무지에 갇혀 살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다. 사람들은 아무도 싹을 틔우길 원치 않는데 자연은 재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월은 잔인하다고 한 T.S 엘리엇에게서 그가 생각하는 '진실'을 듣고 싶다.

권미강(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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