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장 먹을 약 없는데 어떡하나…" '석면 약' 대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9일 오후 석면 탈크가 사용된 120개 제약사 1천122개 품목의 목록을 공개하고 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를 내렸다. 많은 약품을 한꺼번에 판매 중지하면서 시민들과 의약계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복용중인 약, 계속 먹어도 돼요?

인터넷을 통해 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된 의약품 목록을 본 시민들은 "너무 많은 약품의 이름이 열거돼 지금 먹고 있는 약이 포함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불평했다.

지난달 위 내시경검사를 하고 한달치 위장약을 받아온 김두영(36)씨는 "식약청 홈페이지에서 리스트를 내려받아봤지만 광고노출이 많았던 몇개 일반의약품 외에는 아는 제품이 없었다"며 "내일이라도 의사를 다시 찾아가봐야 할 판"이라고 했다.

특히 사용기간이 긴 순환기 계통 치료약의 경우 약을 바꿀 경우 오히려 더 해악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식약청조차도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식약청 한 관계자는 "판매금지 의약품은 복용을 중단할 만큼 위해성이 크지 않으며,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석면 오염우려 의약품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도 있다"며 계속 복용을 당부할 정도다.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계속 먹어도 된다'면서 회수조치를 내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당장 환자들이 약을 갖고 찾아오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미 조제·판매된 제품에 대한 환불·반품 여부도 논란이다. 소비자들이 반품을 요구할 경우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 한국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경우 판매 이후 훼손·변질 문제 때문에 보통 반품 불가 입장이지만 이번 경우 어떻게 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불편이 없게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처방전 어떻게 쓰란 말인가요?

약국들도 '허둥지둥'이다. 식약청이 '판매금지 및 회수' 발표만 했을 뿐, 언제 어떤 방식을 통해 회수하겠다는 구체적인 통보가 없어 당장 약을 판매하는데 혼선을 빚고 있다. 한 약사는 "약국에서 처방하는 약이 2천~2천500여 종 가량인데 이 중에 수백 가지의 약이 판매중지가 되면 무엇으로 조제를 하느냐?"며 한숨을 지었다.

판매금지 및 회수 약품의 종류가 많다 보니 회수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처방과 조제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약품명을 일일이 외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처방전을 받을 때마다 일일이 확인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약사회 측은 "전문의약품은 전산작업을 통해 '급여' 의약품에서 '비급여'로 전환하면 걸러낼 수 있지만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가 문제"라며 "목록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일반의약품은 약사가 자신의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기억하고 있다가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사들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유해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당장 목록이 공개된 만큼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석면 약'을 사용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대구의사협회 김해수 사무처장은 "식약청 권고만으로 처방을 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워 하루 빨리 보건복지가족부가 고시를 해야 한다"며 "의료기관과 환자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추가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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