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영애의 고전음악의 향기] 부활절 노래 헨델의 '메시아'

내일은 부활절이다. 1976년 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날이다.

사실 클래식 음악은 어떤 면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기독교라는 종교와 문화에 의존해 있다고 말하는 것도 그리 큰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최초의 클래식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가 초기 기독교의 전례 음악이었고 이 음악이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더욱 아름답고 이론적으로도 완벽함을 갖춘 다성과 화성의 찬송가 형태를 이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위대한 기독교적인 음악을 만든 작곡가들은 누구일까' 하고 질문한다면 아마도 '바흐'와 '헨델'이 가장 인기 있는 사람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그 중에서도 부활절 시즌에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음악은 단연코 헨델(Georg Friedrich Handel; 1685~1759)의 '메시아'일 것이다.

독일 작센 지방의 할레 출신인 헨델이 오페라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에 도착해 성공적인 오페라 작곡가 생활을 거쳐 영국 런던에 도착한 지도 약 30여년이 지난 후인 1741년 여름(8월 22일에 시작되어 9월 14일에 악보 사보가 끝난 것으로 알려져 약 20여일 만에 완성한 것이다) 런던에서 '메시아'가 작곡된다. '메시아'의 대본은 성경의 이야기이자 교회적인 내용이며 구약성경에서 발췌된 것들이다. 이후 헨델은 아일랜드 연주 여행길에 그 작품을 가져가게 된다.

더블린에서도 성공적인 연주회를 가졌던 헨델은 드디어 1742년 4월 13일 화요일 정오 더블린 시내의 피시엠블가에 있는 음악홀에서 특별 자선공연으로 종교적 대오라토리오'메시아'(더블린 초연 당시에는 '메시아'라는 제목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런던에서 1749년 이후 인쇄된 악보에서 '메시아'라는 제목을 볼 수 있다)를 초연하게 되며, 공연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헨델의'메시아'가 가지는 특별한 음악적 의미는 크게 새로운 점이 없다. 다만 그때까지 헨델을 포함한 당시 작곡가들이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에서 보여주던 아리아나 레시타티보, 혹은 주인공들의 이중창, 삼중창보다 헨델의 '메시아'는 합창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할렐루야"가 가지는 영향력은 아마 클래식 음악팬이 아닌 사람들도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메시아'를 전곡연주로 감상한다면 약 2시간 30분 정도가 필요하다. 연기와 함께 공연되는 오페라도 아닌 단지 노래와 연주만으로 그렇게 긴 시간을 음악의 아름다움에 젖어있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부활절에는 단지 "할렐루야"를 들으면서도 250여 년전 더블린에서 헨델이 이루었던 음악적 영광을 떠올리면서 잠시 우리의 찌든 삶을 뒤돌아보는 건 어떨까 싶다.

- 한 사람이 말한다.

"아직도 그 오라토리오를 보지 않았어요?"

- 다른 사람도 말한다.

"아유, 그 오라토리오도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안 본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후략]

-1742년, "보았는데 눈이 먼 것 같다. 혹은 대중판에 실린 비판적 논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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