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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준 "한국마라톤 부흥 사명감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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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슴을 적신 피는 훈장처럼 빛났다. 결승 테이프를 끊고는 하염없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대구스타디움에 자리 잡은 관중들은 새롭게 탄생한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 지영준에게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09 대구국제마라톤에서 주변의 예상을 깨고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지영준은 "20km 지점부터 약간 통증을 느꼈지만 한국 마라톤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뛰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지난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국내 남자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이번 대회 출전조차 의문이었고,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는 컨디션 점검 차원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영준은 레이스 초반부터 페이스메이커들과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 치고 나갔고 오버 페이스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메이커만 따라갈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레이스 도중 유니폼과 젖꼭지가 마찰을 일으켜 왼쪽 가슴에 피가 흘렀지만 페이스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28km 지점부터는 윌리 키무타이(케냐)와 공동 선두로 나섰고, 30km부터는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35km부터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폭발적인 파워는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선수가 단독 선두로 뛰어나오자 대회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시간 6,7분대의 세계적인 선수들도 지영준의 스피드를 좇지 못했다. 결승점이 가까워 오면서 놀라움은 감탄으로 바뀌었고, 그를 기다리던 관중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낸 지영준은 2시간8분30초로 자신의 최고 기록이면서 대회 신기록으로 세우며 당당하게 골인했다. 2위로 골인한 키포르티지 케네이(케냐)와 1분30초나 차이가 났다. 아프리카의 검은 돌풍에 맞서 한국 마라톤의 매운 맛을 확실하게 보여준 레이스였다. 이날 우승으로 이봉주 이후 침체를 겪던 한국 마라톤에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고, 지영준 개인적으로도 최근 몇 년 동안 겪었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리는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골인 지점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여자 친구 이미해(27) 씨에게 월계관을 씌운 지영준은 "30km까지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아서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였다"며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출전했고, 그 후에 몸이 매우 좋아져서 이번에는 식이요법까지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지점에서 오르막이 아니었으면 2시간7분대 돌파도 가능했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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