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조선의 여성 상인 김만덕

윤수민 지음/창해 펴냄

1739년 제주에서 태어난 김만덕은 부모의 죽음으로 관기가 됐다. 그녀는 제주의 특산물을 내다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거나 여러 객줏집을 운영하면서 거상이 됐다. 부를 쌓아 관기 신분에서 벗어난 뒤에도 근검절약하며,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도왔다. 1795년 제주 백성 1만8천여명이 굶어죽는 흉년이 닥치자 김만덕은 "재물은 어차피 흐르는 것"이라며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한 곡식 450석을 관아에 바쳤다. 더 적은 곡식을 바친 양반들은 조정으로부터 벼슬까지 받았으나 김만덕의 선행은 알려지지 않았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정조는 김만덕의 소원을 들어주려 했지만 그녀의 소원은 상금도, 벼슬도 아니었다. 그녀의 두 가지 소원은 "서울에 가 임금님의 용안을 우러러보는 것, 그리고 조선인의 마지막 꿈인 금강산에 가보는 것"이었다. 당시 제주에는 출륙금지법으로 인해 허가증이 있어야 제주를 떠날 수 있었고, 여인의 경우는 아예 제주를 떠날 수 없었으며 육지인과의 혼인도 금지됐다. 그녀의 소원은 제주 출신, 여성, 관기라는 굴레에 얽매였던 여인의 세상을 향한 당찬 외침이었다.

조선 중엽, 당시 유배지로 여길 만큼 먼 땅이었던 제주에서 여성 상인으로 활약한 김만덕. 자신의 전 재산을 굶어 죽어가는 제주민들에게 바쳤던 300년 전의 김만덕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상도란 무엇인가, 사람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한다. 583쪽, 1만8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