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김모(48)씨는 복지관에서 운동치료를 받기 위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복잡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하지만 노약자 보호석은 늘 가득 차 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서 자리를 양보받는 경우가 많지만 어르신들 자리에 앉으면 영 마음이 편치 않다. 김씨는 늘 노약자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장애인에겐 '고통철'=대구 지하철은 장애인 편의 측면을 볼 때 다른 도시지하철에 비해 시설, 주변 여건 등에서 아주 열악하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전국 7개 지하철을 대상으로 교통약자(노약자, 임산부 등)를 위한 좌석수 비율을 조사한 결과, 대구도시철도 1호선의 좌석비율은 18.1%(총 좌석수 8천976석 중 1천682석)로 전국 최저였다. 가장 높은 서울메트로 3호선(32.9%)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호선 역시 총 8천10석 가운데 1천530석이 교통약자 좌석으로 그 비율은 19.1%에 그쳤다. 이는 대전도시철도(18.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반면 대구와 규모가 비슷한 부산도시철도 2호선의 교통약자 좌석비율은 28.9%, 더 규모가 작은 광주도시철도도 28.6%로 조사됐다.
교통약자를 위한 좌석도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제기돼 온 점자 블록 등 안내 시설, 장애인 화장실, 계단 등 장애물 문제도 여전하다.
전동 휠체어를 타는 유호원(74)씨에게 지하철은 '고통철'이나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동안 휠체어가 이리저리 밀리는 불편을 참아야 한다. 2호선 객차 안에 휠체어를 고정하는 시설이 일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2호선은 엘리베이터가 있어 그런대로 이용할만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거의 없는 1호선은 아예 타지도 못한다"고 했다.
◆있는 시설도 무용지물=장애인들이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기다리는 시간도 길다. 노약자를 위한 시설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이용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1, 2대밖에 없는 대다수 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야한다. 지하철역 입구와 보행자 도로 사이에 점자블록 연결이 안 된 곳도 있다. 한 시각장애인은 "혼자 지하철역에 가려면 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장애인과 임산부 전용 경사로는 반월당역에 설치된 2곳이 전부다. 척수장애 1급인 서만우씨는 "장애인 화장실도 청소도구가 쌓여있거나 벗어 둔 옷가지가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구색 맞추기'식 장애인 편의시설보다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단체 곰두리봉사단 김대휘 단장은 "지하철 1호선의 경우 리프트 규모가 작아 전동 스쿠터는 싣기 어렵고 고장 난 곳도 많다"며 "장애인의 시선에서 시설 개선을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점자 블록의 경우 올 초 장애인 점자도서관에 제작을 의뢰해 정비를 했고, 반월당역 내 장애인 전용 경사로는 확장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휠체어 고정 시설은 낡은 객차 교체에 맞춰 개선하고 있지만 기존 차량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다"며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양보하는 시민 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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