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의 대구 도심재창조 시리즈가 7개월의 장정 끝에 종착역에 이르렀다. 대구 도심의 역사·문화, 교통과 보행권, 환경과 녹지, 골목과 이야기 등 전반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모색한 이번 시리즈는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획물이었다. 취재팀은 마지막 회를 맞아 전체 시리즈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지난 14일 매일신문사 3층 회의실에서 열었다. 내용을 소개한다.
좌담회 참석자
김영대(대구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 대구 그랜드디자인·브랜드·경관·간판 등의 사업 총괄)
김선웅(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수행 중)
홍경구(대구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대구 중구 시범도시 사업 수행 중)
사회 : 박병선 매일신문 사회1부장
사회 :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심재창조 열풍이 불고 있다. 도시들마다 도심의 형성과정이나 역사, 문화, 특색 등이 각기 다른데 어떤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나.
김영대 본부장 : 도심만 놓고 볼 게 아니라 도시 전체 차원에서 어떻게 재생을 하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그린 뒤에 도심으로 좁혀야 한다. 도심부에 모든 걸 집약하려는 사고는 곤란하다. 지역 경제가 어려울수록 도시는 더 잘 만들어야 한다. 서울이나 외국 따라가기식이 아니라 대구 경제력과 특성에 맞는 대구만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김선웅 연구위원 : 도심만 보고 재생을 하려면 결국은 실패한다. 서울의 경우 뒤늦게 개발된 강남이나 여의도가 도심보다 규모가 더 커진 상황에서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도심재창조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을 육성하면서 동부와 서부지역도 함께 성장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홍경구 교수 : 대구 도심을 대구만의 것으로 볼 것이냐, 중구만의 것으로 볼 것이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경북 사람들이 쇼핑하러 대구에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구의 나머지 7개 구·군도 도시 전체 차원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 대구시가 마련 중인 도심재생 계획도 이런 점들을 감안해야 한다.
사회 : 대구시의 최근 도심재생 기본구상이 마무리 작업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시가 계획하는 도심 재창조 방향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영대 : 개성·활력·매력이 넘치는 도심 창조를 비전으로 살기좋은 도심, 재미있는 도심, 문화와 지식의 도심, 역사와 미래가 함께하는 도심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9개 분야에 걸쳐 전략사업을 설정하고 세부 사업을 만들고 있다. 특히 대구 도심의 역사·문화 자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상품화에는 무관심했다.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유한 가치를 찾아내 자랑할 만한 것으로 격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 : 취재팀은 서울의 도심재창조 계획과 실행에도 관심을 갖고 수차례 현지 취재를 다녀온 바 있다. 도심과 관련한 서울시의 정책 추진이 대단히 과감하던데 어떤 형태로 추진되고 있나.
김선웅 : 서울의 4대문 안은 역사성, 상업성 등이 혼재해 재창조의 큰 방향을 잡기가 힘들다. 최근 서울시를 국제화한다는 개념 위에서 600년 역사를 부각시키고 친환경·친문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한번에 세운 게 아니고 1990년대부터 수립해온 분야별, 부분적 계획과 사업들을 종합한 것이다. 전체 사업들을 망라한 뒤 전문가들을 결집시켜 핵심적인 사업들을 뽑고 아이디어와 경험을 더해 만들었다.
사회 : 대구 중구에서도 도시대학 프로그램이 시작된데 이어 국토해양부의 살기좋은 도시 만들기 시범 프로젝트에 선정됐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홍경구 : 중구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자신이 사는 장소에 대해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정기관이나 전문가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끌고 가는 형태를 추구한다. 도시대학 프로그램도 참가한 주민들이 의식을 개혁하는 거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진행했다. 5주 프로그램이었는데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내가 사는 곳은 내가 지키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됐다. 시범도시 사업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사회 :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 등 대구시의 도심재창조 관련 사업들이 이미 여럿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효율적이고 일관된 추진을 위해 조직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김영대 : 도시재생과 관련한 일들이 부서별로 많이 나누어져 있다. 시장님도 그에 대해 파악하고 정비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 인위적인 일괄 통합이 아니라 각 실국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업의 실마리를 풀어내고 대외 관계 설정, 인적 구성 결정 등 1차적인 작업을 한 뒤 다른 부서, 다른 프로젝트와 조정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다. 조정 역할은 도시디자인총괄본부가 맡을 예정이다.
김선웅 : 서울의 경우 2주 단위로 사업들을 보고하는데, 관련 실국이 대거 참여한다. 예컨대 가로 환경을 정비하는 데만 해도 중앙정부까지 31개 부서가 연관된다. 도심재생 사업은 역사적 복원, 상업적 개발 등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부서가 할 수 없다. 사안에 따라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점차 지원 부서로 축소하는 등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사회 : 도심재창조 관련 사업들은 시민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대단히 민감하다.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홍경구 :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청계천 복원사업을 할 때 주민들을 놀랄 만큼 많이 만나 의견을 듣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불만이나 부작용이 적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 노력은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도자가 신념을 갖고 추진하지 않으면 헛된 논의에 그치기 쉽다.
김영대 : 현재의 도심을 놓고 보면 포장을 바꾸고 가로등을 교체하고 나무를 새로 심는 등의 사업이 가장 손쉽다. 하지만 표피적이고 외형적인 방식으로는 도심의 콘텐츠라고 말할 수 없다. 시민들에게 뭔가 달라졌다는 걸 보이기 위해 하는 전시성 사업들은 낭비 요소가 크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행정기관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사회 : 시민들이 도심재창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어떤 방안이 좋은가.
홍경구 : 아직은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자칫하면 규제로 여기기 쉽다. 시민단체나 마당쇠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을 찾아서 참여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시민단체가 시민,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사업에 관여하는 한편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까지 해준다면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사회 : 보존과 개발의 조화, 정부와의 협조관계 등도 대단히 중요한데
김선웅 : 2000년 이전에는 개발 중심의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보존하자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선 단체장들이 여론에 쉽게 흔들리는 것도 문제를 심화시킨다. 대화하고 설득하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의 협조도 당연히 필요하다. 같은 사업을 두고 중앙정부, 기초자치단체,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일이 빈번한데 이를 원만히 풀어내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사회 :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등 각종 국제대회들을 치러야 한다. 구상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홍경구 : 도심재생에 대한 논의들이 짧은 기간에 대단히 활성화했다. 이제는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대구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세심하게 따져서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상되는 정책을 감안해 중앙정부 지원받을 수 있는 준비들도 미리미리 해야 한다.
김영대 : 가치 공유가 필요하다.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행정기관 간 공유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도 국가 예산을 투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1년 정도면 큰 그림이 완성될 것 같다. 눈앞에 닥친 2011대회와 관련해서는 대구시도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시행정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바꿀 것은 바꾸고 정리할 건 정리하자는 것이다. 건물의 창문이 광고판이 아니라 바깥과의 연결고리가 되듯 도시의 모든 것들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작정이다.
김재경기자
서상현기자
사진. 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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