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엔 요즘도 솥뚜껑만한 가오리들이 잡혀요?" 1967년 독도경비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최윤흥(67·대구시 북구 원대동)씨를 만났을 때 받은 질문이다. 그는 당시에 구부린 못으로 낚시를 만들어 가오리를 잡았다고 했다.
가는 못은 가오리가 끊어버리기 때문에 굵은 대못을 쓰는데, 잡히는 가오리 크기가 보통 1m 정도. 전마선을 띄워 놓고 고패질을 하면 걸린다고 했다. 자칫 가오리를 건져낼 때 큰 놈들이 요동치면 톱날 같은 꼬리에 팔이 잘릴 정도였다고. 이 때문에 낚시에 걸린 가오리는 물에서 뒤집어 힘을 못 쓰게 한 후 건져냈다고 전했다.
뭍의 사람들은 독도에는 물고기가 흔한 줄 안다. 독도에서 물고기 맛을 못 보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만큼 흔치는 않다. 학교에서, 독도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여 어종(魚種)이 다양하고 어획량도 풍부하다고 배웠다.
노래도 '연어 알 물새 알 해녀대합실…'이라고 흥얼거린다. 모두들 독도 앞바다에는 연어알이 있는 줄 알고, 손으로 고기를 건지는 줄 안다. 새우 미끼로 낚시를 던지면 돔이 물고, 돔을 먹으려고 상어가 물고, 상어 먹으려고 고래가 물려나오는 것과 같은…. 그러나 불운하게도 아직 새우 미끼에 돔이 걸리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연어 알은 더더욱 없다.
독도에서는 다양한 어종의 고기를 잡을만한 장비도, 배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정작 독도 사람들은 어종이 다양한 줄도 모르고, 풍성한 바닷고기 맛을 즐길 수도 없다. 독도의 고기잡이는 계절에 따라 확연하다. 여름은 오징어나 새우, 겨울은 한치나 문어, 그 외에는 어떤 고기가 잡히는지 섬에서는 알 수 없다.
오징어나 한치는 20~30t급 배들이 와서 잡은 후 곧장 울릉도로 돌아가므로 독도에는 오징어가 귀하다. 어쩌다 인심 좋은 선장이 한 바가지 퍼주면 삶은 오징어 한 점 맛 볼 따름이다. 지난해에는 독도의 고기잡이도 그리 신통하지 못했다.
가을철 오징어가 흉어(凶漁)였다. 모처럼 오징어배가 동도에 들어와 하룻밤 정박했다. 선장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새벽 3시 오징어잡이에 동승할 기회를 가졌다. 뱃전에 앉아 산오징어회 실컷 먹겠다고 벼르며 졸린 눈을 비비면서 따라 나섰다.
오징어 낚시 권선기(捲線機) 2대를 바다에 넣고 1시간 30분 가까이 돌렸는데 단 한 마리도 걸려나오지 않았다. 선장이나 뱃사람들이나 모두가 기가 막혀했다. 겨울철 한치잡이도 별 재미 없었다. 독도의 한치는 흔히 보는 손바닥만한 마른 한치와는 달리 오징어 두 배 정도 크기이다.
한 마리만 잡아도 회 떠서 두 세 명 먹기에 푸짐하다. 보통 겨울밤 동도 접안장에 내려가 한치 낚시를 던지면 한 두 마리는 걸려나온다고 했다. 한치회 맛보려고 그렇게 칼바람이 부는 겨울밤, 세 번이나 접안장을 내려가 낚시를 던졌지만,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했다. 한치가 없으니까 배들도 독도 쪽으로 나오지 않아 겨울이 더 적막했다.
근해 어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것은 우리나라 공통의 현상으로 독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그물질을 해도 고기가 그득 담겨 나오는 것을 못 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철에 문어 낚시를 나가면 너댓 마리씩 건져왔다는데 지금은 빈손인 경우가 더 많다.
문어 맛이라도 보려면 작살을 들고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곳에서 잡히는 문어는 참문어보다 돌문어가 많다. 삶아 놓으면 참문어에 비해 돌문어가 다소 질기다. 질긴 돌문어는 쇠고기 기름에 갖은 야채와 양념을 넣고 볶는 문어 두루치기를 하면 부드러워져 한결 먹기가 좋다.
독도 근해에 워낙 그물과 통발을 많이 놓으니까 문어들이 먼바다에서 독도까지 들어오기도 전에 모두 잡혀버린다고들 한다. 그래서 어떤 배는 꽁치잡이를 하고 있다. 굳이 무슨 어종을 작정하고 고기잡이나서는 경우가 드물고 일단 출어해서 닥치는대로 잡는다.
아귀도 잡고 가오리도 잡고 새우도 잡는다. 단 하나, 흔하기는 여름철 잿방어 뿐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독도도 울릉도에서 물고기 사다가 먹는다'는 소리가 나올 듯싶다. 독도만이라도 '물 반 고기 반의 섬'으로 우리 자손만대까지 물려줘야할 텐데….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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