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1급인 이모(28·여)씨는 지난 2007년 장애인 시설에서 독립해 가정을 꾸렸다. 자립을 요구한 지 5년 만에 얻은 '해방'이었다. 20세가 되던 2001년 지금의 남편을 만난 이씨는 시설에서 나가려 했지만 그 요구는 번번이 묵살됐다. 고아였던 이씨의 보호자가 시설 원장인 까닭에 원장 동의 없이 시설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2007년 임신을 하면서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씨는 "나만의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고 좋아했다.
#김모(26·여·지체장애 1급)씨는 "장애인은 방치와 격리의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혼자서는 꼼짝 할 수 없고 가족의 보살핌도 받기 힘든 처지지만 김씨는 지난해 10월 시설을 나오고 말았다. 잠자고 싶은 시간에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420장애인연대'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자립을 위한 그룹홈에서 다른 3명의 장애인과 함께 살고 있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둔 17일 오후 대구 장애인 수백명이 대구시의 장애인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립지원'이지만 대구시가 시설 확충에만 목을 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09년 대구시 복지예산을 분석한 결과 장애인 시설 확충사업은 지난해보다 무려 237%나 늘렸지만 자립생활여건 조성사업은 52.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장애수당과 장애아동수당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각각 11.3%, 22.1%씩 삭감됐다고 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장애인도 가족에게서 소속감과 결속감을 느끼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싶어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장애인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가 바로 자립"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 위원장은 "대구시의 복지정책은 집단생활시설 확충에만 치우쳐 있다.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복지사업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대구시의 거주 장애인 1인당 복지예산은 72만2천원으로 전국 광역시 평균인 74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은 "중앙정부 예산을 뺀 순수 시비만 비교했을 때 32만3천원 수준으로 전국 평균인 34만6천원을 밑도는 것은 물론이고 광역시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2007년 말 기준 대구시에 등록된 장애인 10만82명 중 자립생활지원이 필요한 20세 이상 1·2급 중증 장애인은 2만5천657명(25.6%)"이라며 "울산(22.8%) 인천(23.6%) 광주(24.5%)보다 높은 수치"라고 했다.
이들은 대구시에 ▷탈시설-주거권 전면보장 ▷장애인사회서비스 공공성 보장 ▷발달장애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의 지역사회권리보장 ▷장애인자립 생활권리 자치법제화 등 4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420장애인연대 관계자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자립주택과 주택개조사업 보조, 장애인들의 그룹홈 등 시설을 더 많이 짓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지난해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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