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김태형 지음/역사의 아침 펴냄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성장한 정조는 개혁 군주로 성공했으나 할아버지 영조의 손에 아버지 사도세자를 잃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극복하지 못해 평생 그 한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 훌륭한 어머니 신사임당에게서 최고의 양육을 받고 자란 이이는 착하지만 무능력하고 비겁한 아버지 이원수에게 상처받아 오랫동안 사회 불안에 시달렸다. 놀라운 천재성을 타고난 허균은 아버지 허엽에 의해 딱할 정도로 엄격히 길러졌고 어머니 또한 안식처가 되지 못해 둘째 형 허봉을 아버지처럼 대하며 자랐다. 그는 '은둔'과 '공명'사이에서 방황하다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했다. 폐비의 아들이면서도 세자가 되고 왕위에까지 오른 연산군은 생애 초기 어머니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세상에 대한 불신감과 거대한 분노를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희대의 폭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한 축으로, 칼 G 융의 심리적 유형 이론에 기초한 성격 이론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조선의 인물들의 굴곡진 삶과 성격, 그로 인한 역사적 파장을 깊이있게 고찰한다. 이에 따르면 정조와 이이는 내향적이고 직관력이 뛰어나며 사고 실천형인 전략가이고 허균은 외향-직관-감정-실천형의 '지도자', 연산군은 외향-직관-감정-인식형의 '어린 아이'였다. 380쪽, 1만5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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