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재선거, 공약은 뒷전?…'대리전' 양상

4·29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후보자 자질이나 경주 발전 공약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후보자들이 자신을 부각하기보다 유력 정치인이나 지역 정서를 흡수할 만한 특정인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인을 활용한 '대리전' 양상이 벌어지자 경주 시민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누가 출마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정수성 무소속 후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비판하고 있는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도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적임자'를 자처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었다. 이순자 무소속 후보는 남편인 김일윤 전 의원을 내세워 동정표를 모으고 있다. 이채관 자유선진당 후보는 재보선 5곳 중 유일하게 공천자를 낸 경주를 자주 찾는 이회창 총재가 대신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후보자들이 자신의 강점은 드러내지 않고 유력 정치인들을 선거에 활용하며 '묻지마식 투표'로 몰아가면서 정작 유권자들의 후보자를 알 권리가 약화되고 있다. 누가 경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람인지,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안 된다' 식의 '안티' 선거 전략도 횡행한다. 최윤섭 무소속 후보는 '친이도 친박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채수범 무소속 후보도 '안티 이명박'을 표방하고 있다.

7명의 후보가 출마해 격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경주 시민들의 반응은 별로 뜨겁지 않은 분위기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결과가 현격히 달랐던 것이 이번에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후보들은 각기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갖고 있지만 후보 스스로도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얽힌 뭉치표가 선거 막판까지 추이를 관망하면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공산이 높아 막바지에 가야 표심이 드러날 것이란 게 각 캠프의 견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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