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붉은 꽃은 없고, 영원히 강함은 없고, 종말 없는 풍족함은 보지 못했고 높이 오른 파도가 내려오지 않는 법은 없다. 붉을 때 강할 때 풍족할 때 혹은 높이 올라 자신 있을 때 내려옴을 대비하지 않으면 나우루처럼 된다.
입시생 자녀를 둔 가정에는 인생 고비의 축소판처럼 각종 희로애락의 파노라마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한 번의 수능 시험이 한 사람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인 것처럼 사생결단하고 있는 아들을 이완시키거나 진정시키지 못하고 덩달아 허둥대는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번 떨어진 모의고사 성적이 미래의 실패를 예고하는 것처럼 실망하는 아들을 격려하지 못하고 덩달아 풀죽기도 한다. 이런 나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소망'으로 기다리는 법을 배워본다.
며칠 전 아들이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고 연방 고개를 갸우뚱한다. 흡족하다는 표정도, 실망스러운 표정도 아닌 모호한 표정이다. 믿었던 과목의 점수가 하락하고 늘 걸림돌이었던 과목이 대박을 쳤단다. "어머니, 성적표가 상전벽해예요." 모자라는 과목이라고 겨울방학 내내 씨름하더니 상종가를 친 반면 믿고 등한시한 과목은 하한가를 친 모양이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이 생각난다. 인광석이라는 천혜의 자원 덕택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천달러이던 1980년대에 이미 소득 3만달러의 경제대국이었다. 집집마다 차가 두 대씩이고 학비도, 세금은 물론이고 병원비와 공공요금도 없는 완벽한 지상 유토피아였다. 석유보다 비싼 값으로 거래 되는 인광석은 이 섬에서 살고 있는 바닷새 알바트로스의 분비물이 해양 퇴적물과 섞여 만들어진 광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 경작지를 포함한 전국토를 파헤쳐 이 광석을 채굴했다. 이렇게 흥청망청 20여년이 지나자 인광석은 고갈되고 국토는 채굴 후 버려진 황무지로 변했다. 그동안 국민들은 비만'당뇨 등 풍요 속의 성인병 환자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섬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는 지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붉은 꽃은 없고, 영원히 강함은 없고, 종말 없는 풍족함은 보지 못했고 높이 오른 파도가 내려오지 않는 법은 없다. 붉을 때 강할 때 풍족할 때 혹은 높이 올라 자신 있을 때 내려옴을 대비하지 않으면 나우루처럼 된다.
사소한 아이의 모의고사 성적 하나에도 우리는 이런 놀라운 진리를 터득할 수 있다. 자신 있어 등한시했던 과목에서, 높은 성적이 나와 더 이상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난공불락'이었던 과목에서 우리는 걸려 넘어진다. 노력하지 않고 얻었던 인광석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질병과 가난, 황폐한 국토를 남긴 채 고갈되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받은 미국 정부의 원조로 살아가던 인디언들이 풍요로움 속에서 비만'당뇨'약물중독으로 스스로 설 수 없음과 유사하다.
우리네 인생도 이러하다. 나무를 잘 오르는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내가 잘하는 것, 내게 많은 것, 내가 뻐겼던 것으로 내가 추락한다. 부족함의 미학, 모자람의 에너지, 약함의 강인함, 겸손의 유익 등이 우리 인생에서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위인들의 '석세스 스토리' 뒤에는 항상 부족함이 있었고 노력하는 인간승리가 있었다. 루게릭병의 스티븐 호킹, 삼중고의 헬렌 켈러, 존 밀턴의 시각장애, 베토벤의 청각장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화들이 이들의 증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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