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몸으로 뚫으며 영업을 해야하는 만큼 요즘 회원들이 모이면 밤새 술잔을 기울이는 사례가 많습니다."
지난 2001년 종합광고기획사 20여 곳이 모여 정보 교환과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든 대구경북광고업협회.
조두석 4대 회장(에드메이저 대표)은 "협회란 이름을 걸고 있지만 이익대변보다는 광고맨들의 단합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경기가 나빠진 요즘은 회원끼리 모이면 어떤 모임보다 술 소비량이 많아진다"고 했다.
같은 협회에 소속돼 있지만 회원들은 동반자에서 때로는 경쟁자로 돌변한다. 건설사나 기업체에서 광고 발주를 하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뒤끝은 없다.
"요즘은 공개 경쟁 입찰이 일반화돼 있고 회원들도 결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입찰 발표가 나면 승자와 패자가 자연스럽게 '축하'와 '위로'의 술자리를 갖는 것도 광고맨들의 또 다른 미덕"이라고 조 회장은 설명했다.
현재 협회 소속 회원사는 15개. 최근 몇 개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종합광고회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하면 어느 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1980년대부터 지역 건설사들이 전국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건설 인력뿐 아니라 풍부한 전문성을 가진 광고맨들의 배출이 타지역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광고업협회 총무를 맡고 있는 최종태 솔트컴 대표는 "서울 대형 광고회사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분들 중 지역 출신이 상당히 많다"며 "지역 광고회사 실력도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진 요즘 광고맨들은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지역내 실력이 '짱짱한 경쟁자'는 많지만 광고 발주량은 갈수록 줄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조 회장은 "한동안 주택광고가 전체 광고량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요즘은 분양 광고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수도권과는 달리 지역내 본사를 둔 대기업이 거의 없어 일반 광고 발주 물량이 없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광고업협회는 최근 들어 전체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업체 보호를 위해 제도적인 장치가 있는 건설업처럼 최소한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지역 광고 물량은 지역업체들이 수주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정부기관에서 독점하는 광고 대행권도 지방에서는 폐지해 달라는 것.
힘든 영업을 '술 한잔'으로 풀고 있는 지역 광고맨들. 이들은 예전처럼 기분 좋아서 한잔 할 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영업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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