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잡셰어링과 상생의 지혜

눈보라가 치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가던 A와 B는 눈 속에 힘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 A는 쓰러진 사람을 업고 가자고 제의했지만, B는 혼자서도 넘기 힘든 산을 어떻게 쓰러진 사람을 업고 넘을 수 있냐며 거절하고 혼자 출발했다. A는 쓰러진 사람을 등에 업고 힘들게 산을 넘던 중 한 동사자를 발견했는데 바로 혼자 산을 넘던 B였다. A는 비록 힘은 들었지만 등에 업은 사람과 서로의 체온을 나눠가며 무사히 산을 넘을 수 있었다. 혼자보다는 함께해야 한다는 상생의 지혜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요즘 세계적인 관심은 물론 경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아마 일자리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고 구조조정의 거센 태풍 속에서 일자리는 날마다 사라져가고 있다. 일자리는 한 개인과 가정의 생존의 문제이며 나아가 국가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므로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 속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는 노력 중 하나가 잡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자리 나누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기업뿐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서도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외신들도 해고 문화에 익숙한 서양과 다른, '한국의 독특한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잡셰어링의 취지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특정 계층에게 일방적인 임금삭감과 고통 분담만을 강요하는 게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느 한 계층에게만 고통이 전가되면 위기 극복과 상생이 아니라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어느 사회나 기득권자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기득권자가 당장의 이익과 편함을 위해 그렇지 못한 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기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열고서 주위를 돌아볼 때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대립과 경쟁보다 협력에 바탕한 상생이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느냐로 판단되고, 사람이 그 사회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가는 그 사람이 타인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가에 달려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의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타인을 위해 소중한 것을 나누어 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도 진정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옛말에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했다. 추위에 배를 곯을 까치를 위해 자신의 집안 마당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둔 조상들의 상생의 지혜가 더욱 생각나는 시기이다.

성기혁(사랑이 가득한 치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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