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가 된 나무
제 물오른 가지들을 톱으로 잘라서
받침대로 삼고 서 있는 나무
말라빠진 나무
옻나무를 죽이고 태워서
제 몸에 옻칠한 나무
둥근 쇠막대가 붙은 나무
문짝 뒤에 서 있는 나무
소매 텅 빈 옷들이
축 늘어져 있는
시들지 않는 나무,
그것을 바라보며 시들어가는 육체,
덩굴 같은 혀가 하나 입 안 깊숙이 뿌리내린……
옷걸이가 된 나무의 현실에 시인은 '거짓말의 목마름'이라는 시치미를 붙인다. 그 나무의 운명은 스스로가 빠져 들어간 업보이다. 따라서 스스로 자기 몸을 잘라서 옷걸이의 운명, 죽음이라는 뻣뻣한 운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카르마이다. 최승호의 옷걸이란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영혼 없는, 혹은 결핍된 영혼을 가진 사람과 비슷하다. 그것은 이제 결코 '시들지 않는 나무'의 비루한 영광을 가지겠지만 '목 없는 낙타'의 '황량함'이고 "목 없는 낙타는 얼굴이 없다. 얼굴은 다른 곳에 있다"라는 확장된 인식과 같은 지평선이다. 이 나무들에게 무슨 우주목의 기억이 있으랴?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 나무 역시 우주목의 기억, 우주목의 몽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 떠밀린 운명이 "입 안 깊숙이 뿌리내린" 우주목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지라도 결국 그 나무는 역설적으로 우주목이다. 말 그대로 '시들지 않는 나무'이다. 제로에 가까운 희망 때문에 나무의 운명은 사람의 운명처럼 나락에 떨어져도 위로 솟구치려 한다. 그것이 어떤 시인이 노래한 "나무가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 이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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