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0월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메츠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야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수비 실책이 나왔다. 연장 10회 레드삭스의 1루수 빌 버크너가 무키 윌슨의 평범한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빠트린 것. 이후 보스턴은 3점을 내주며 5대6으로 역전패, 시리즈 전적은 3승3패가 되어버렸고 7차전에서 메츠가 이기면서 보스턴의 우승 꿈은 좌절됐다.
이처럼 야구에서는 수비 실수가 경기의 향방을 가르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29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나온 삼성의 수비 실수 역시 그런 경우였다.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정규 시즌 중 일어난 일이라 버크너의 '치명적' 실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두 차례 실수 모두 실점으로 연결된 탓에 삼성은 2대3으로 아쉽게 패했다.
5회초 1사 1루 때 삼성의 유격수 박진만이 김일경의 땅볼 타구를 잡아 2루에 던졌고 2루수 김상수는 다시 1루에 공을 뿌렸다. 하지만 원바운드로 송구된 공을 1루수 강봉규가 잡지 못해 병살 플레이에 실패했다. 이후 호투하던 선발 투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는 황재균에게 2점 홈런을 맞아버렸다. 이닝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친 것이 결국 화를 불렀다.
두 번째 실수는 2대2 동점이던 8회초 나왔다.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현욱은 클리프 브룸바를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이후 수비는 어설펐다. 1루수 채태인이 이숭용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뛰어온 정현욱에게 송구했으나 정현욱이 이를 놓치는 바람에 2루 주자 정수성이 홈을 밟은 것. 삼성은 9회말 2사 2, 3루의 찬스에서 이 실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23일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국내 무대에서 첫 승을 거뒀던 크루세타는 이날도 호투, 안착 가능성을 높였다. 4회초까지 안타를 맞지 않고 무실점으로 역투하는 등 5와 1/3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하지만 2점 홈런을 맞고 타선이 히어로즈 선발 장원삼(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에 막혀 승수를 쌓는 데는 실패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29일 야구 전적
히어로즈 000 020 010 - 3
삼 성 000 000 200 - 2
▷삼성 투수=크루세타 안지만(6회·2패) 권혁(8회) 정현욱(8회) 최원제(9회) ▷히어로즈 투수=장원삼 신철인(7회·1승) 이상열(8회) 황두성(8회·6세이브) ▷홈런=황재균(5회 2점·히어로즈)
롯데 7-2 KIA(광주)
LG 4-3 한화(청주)
SK 6-6 두산(잠실)
■30일 선발 투수
삼성 윤성환 - 히어로즈 이현승(대구)
한화 김혁민 - LG 이범준(청주)
두산 진야곱 - SK 김광현(잠실)
KIA 곽정철 - 롯데 이용훈(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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