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4년전 전두환 연행 당시와 盧 검찰 조사 비교해보니…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될 역사의 한 장면이 30일 오전 8시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발생했다.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죄의 뜻을 밝힌 후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14년 전인 1995년 12월 3일의 경남 합천을 떠올렸다.

당시 합천 율곡면 내천리에는 '12·12, 5·18' 혐의로 검찰 소환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조카 집에서 버티고 있었다. 하루 전날 서울 연희동 집 앞에서 '소환에 불응한다'는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전두환 전 대통령은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고 검찰 수사관 2명에게 팔짱을 끼인 채 연행돼 사법처리를 받았다.

2009년 4월 봉하마을과 1995년 12월 내천리의 모습은 똑같았다. 벌떼처럼 몰려든 국내외 기자들의 취재 경쟁과 배고픔.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지지자들과 마을주민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동 경로의 차량 추격전. 밤을 새운 긴장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인 노사모 회원들은 노란 풍선과 목도리를 흔들고, 노란 장미꽃을 뿌리며 '노무현'을 연호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구속은 정치보복"이라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이들에게서 두 대통령이 죄를 지었다는 느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두 대통령들의 마을 주민들은 노골적으로 검찰 수사에 적대감을 보였다.

기자들을 따돌리려는 두 대통령의 차량 이동 경로도 화제가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월 2일 서울에서 승용차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선영(율곡면 기리)에 먼저 들렀다. 그는 선영에 몰린 1천여명의 친인척과 주민들에게 "나는 합천출신으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기세를 올린 후 고향으로 입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헬기와 버스, 승용차, KTX 등을 놓고 고심했으나 결국 버스를 선택했고,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이용한다고 했다가 노선을 바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이동했다.

합천에서 취재진들은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외진 시골마을에서 수시로 상황을 체크하고 기사를 써야 했기에 편히 먹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 전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가 장작불을 지펴 큰 가마솥에 국을 끓여 줬는데 추위와 배고픔에 떨었던 기자들은 두고 두고 이 얘기를 하고 있다. 기자에 앞서 인간이기에 그 '소고기' 국맛을 아직까지도 잊을수 없다. 봉하마을에서는 기자들이 노사모 회원들과 주민들의 적대감에 내내 시달려야 했다.

대통령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이 같은 뉴스가 화제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존경받아야 한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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