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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클리닉] 궁금증을 풀어봅시다

황혼 로맨스

비뇨기과는 전체 환자의 60~70%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유독 노년기 환자가 많다. 1980년대만 해도 입원 환자가 60세 이상이면 수술 전에 안전을 위해 심폐기능 등 몇 가지 검사를 반드시 추가했다. 그러나 요즘은 70, 75세가 넘어야 이런 검사를 할 정도로 건강한 노년기를 맞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만큼 향유할 노년기의 시간도 길어지고, 한마디로 정력이 넘쳐난다.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이거나 '에이징 파워'란 말 그대로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힘을 말한다. 인생 경험에 대한 원숙미, 인맥을 통한 정보력, 축적된 경제력 등이 힘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섹스는 노화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 그 기능의 일부가 저하될 수는 있지만 성애나 사랑의 감정마저 노화하지는 않는다. 노인의 성생활이 그동안 부정적이고 금기적인 편견으로 인해 추태나 추행으로 비칠 만큼 억압되고 뒤틀린 경우가 많았다. 몇년 전 개봉한 영화 '죽어도 좋아'에서 주인공인 70대 두 노인이 주름진 육체를 직접 보이며 자신의 삶과 섹스를 알리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노인복지의 실질적인 측면과 진정한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노인의 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노인은 외롭다. 노년기에는 배우자 상실로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경우를 맞게 된다. 특히 남녀 평균수명 차이와 여성의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아 여성 독신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아무리 자식의 효성이 지극해도 사나운 아내보다 못하다는 옛말처럼 평균 수명이 20여년이나 길어진 현실 속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배우자 없이 쓸쓸하게 혼자 보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며, 노후 만족도에 있어서도 배우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섹스를 즐길 수 있는 건강과 경제력이 있고 그에 맞는 배우자가 있는 것일 거다. 황혼 재혼과 이성교제는 긴 노년기를 보내야 하는 노인에게 사랑과 애정 문제가 다른 무엇보다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노인의 이성교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도 못하는 경향을 띠고 있고, 재산 분배나 자식과의 갈등을 두려워해 재혼 등의 결단에도 현실적인 장애가 많이 따르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고령화사회를 맞이하면서, 미리 개인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노후를 위해 '한국노인의 전화' 또는 '실버세대 사랑 만들기' 등 노후모임 관련 프로그램 개발이나 진행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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