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면구긴 한나라당 지도부…어느쪽도 이득 없어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도부를 비롯한 어느 계파도 이득을 본 쪽은 없어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7일 '김무성 카드'에 대해 "당헌 · 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에 나는 반대"라며 "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당 대표가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계파를 초월한 탕평인사에 의견을 모으고 김 원내대표 추대를 공식화한 지 하루 만이다.

이 때문에 김무성 카드를 꺼내들었던 당 지도부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박희태 대표에게는 구체성이 결여된 설익은 구상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대로 관철 시키지도 못할 일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소지가 있다. 지도부의 정치력·리더십 문제가 확산될 경우 당 쇄신위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될 수 있고, 조기전당대회 이야기도 또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주류 측은 박 전 대표의 거절에 마뜩찮은 표정이 역력하다. "앞으로 저쪽(친박)에 뭘 주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받지 않을 것"이란 '친박 배제론' 부터 "이제는 두 나라당으로 가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 내부에서도 혼란 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반대했지만 일부 친박 의원들은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가 귀국한 뒤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이 지배적인 대다수 친박 의원들로서는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원내대표설의 당사자인 김 의원은 침묵모드로 돌변했다. "(원내대표) 제안이 오면 거부하기 부담스럽다"며 기대하던 6일과는 달리 박 전 대표의 반대 소식이 전해지자 7일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진의를 들어봐야 한다"며 "처음부터 한다고 얘기한 적 없다"며 한 발을 빼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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