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힘든 국민을 위로는커녕 짜증나게 해서야

한나라당이 모양 없이 돌아가고 있다. 당 대표가 재보선 패배 이후 내놓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보기 좋게 딱지를 맞았다. 이게 근본적인 수습책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후 당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 참에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새로 뽑자는 주장이 터지는가 하면, 친박 쪽에서는 대놓고 청와대를 비난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동안 자제하던 집권당 계파갈등이 마침내 폭발하는 인상이다.

엊그제 미국 방문 중 박 전 대표는 "친박 때문에 당이 잘 안 되고 있다, 친박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집권 이후 한나라당이 결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에는 친박의 비협조와 냉소주의가 힘을 뺐기 때문이라는 친이 쪽 시각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쇠고기 파동, 개혁입법 추진, 추경편성 같은 고비마다 친박이 야당처럼 따로 놀았다는 친이 쪽 주장을 쏘아붙이는 소리다.

상대를 향한 시선이 이렇게 차이 나니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과연 친이 친박 두 세력이 화합하는 날이 올까 의문이다. 수없는 권고에도 박 전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언제나 '진정성이 없다' '원칙 아니다'는 모호한 말만 되뇌는 박 전 대표가 지금 같은 완고한 자세를 푸는 때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어제 당 최고회의에서 서로 맞붙는 양측 태도를 보면 오히려 회복 불능의 관계로 점점 더 빠져드는 느낌이다.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든 양쪽 모두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자기들끼리 권력투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친이 친박 놀음의 정체다. 이 정권이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면 주류 비주류 공동 책임이다. 양쪽 모두 집권세력으로서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난에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이렇게 짜증나게 할 바에는 차라리 갈라서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미는 국민이 한둘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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