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생물자원

몇 해 전 아시아를 휩쓴 조류인플루엔자와 지금 전 세계를 떨게 하는 인플루엔자A의 예방과 치료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타미플루' 주성분은 중국이 주산지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중국음식에 많이 쓰는 八角(팔각)이란 향신료가 그것이다. 약의 특허권을 가진 스위스 로슈사는 요즘 살맛이 났다.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10년이 걸려야 세계 인구 20%가 복용할 양을 겨우 생산할 수 있다니 말이다. 대표적인 해열진통제인 독일 바이엘사의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이 주류를 이루고 국내서 개발한 항우울제에는 연뿌리와 연꽃씨앗 추출물이 들어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명품 의약품의 70~80%는 천연물질에서 얻어진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생물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식량'에너지'난치병'환경 등 인류의 미래 난제를 풀 열쇠가 이들 생물자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치만도 연간 5천억~8천억 달러(2007년 기준)의 시장규모다.

천연자원 1㎏의 가치를 볼 때 휘발유는 1달러, 금은 1만 달러이지만 열대식물에서 뽑은 백혈병 치료제 '빈크리스틴'은 1천190만 달러, 항암제인 텍솔은 1천200만 달러를 호가한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유전자원 수집에 나서, 우리나라 토종 벼와 밀 등 재래작물의 대부분을 수집'보관하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에 8천만 점,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에 6천만 점의 전세계 생물자원 표본이 소장돼 있다. 왜일까. 일찍이 생물자원의 보존이 國富(국부)와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음이다. 우리나라의 자생생물 종은 약 10만여 종. 이 중 3만여 종이 수집'관리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네 토종생물의 수난이 적지 않았다. 쓴맛이 덜하며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조선오이(백다다기오이)는 '피클'이 되어 돌아왔고, 5월 꽃과 향이 싱그러운 물푸레나무과의 낙엽관목인 정향나무는 '미스김라일락'이란 이름으로 세계관상수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당연히 로열티 한 푼 없이. 세계는 지금 생물자원 전쟁 중이다. 여기서 더 이상 밀리면 안 될 일이다.

우문기 교정부 차장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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