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분향소까지 와보지도 못한 채 노사모 등 일부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잇따라 발길을 돌렸다.
24일 오후 7시 40분쯤 봉하마을을 찾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여기는 아무나 오는 데가 아니다"라며 욕설을 퍼붓고,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이자 결국 발길을 돌렸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끝내 조문을 하지 못했다. 이때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지지자들에게 "상가에 오는 손님을 막는 법이 없다", "살아계실 때는 당이 달라 싸웠지만 문상객이 어떤 마음으로 온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호소하며 길을 열려했으나 소용없었다.
앞서 오후 4시 40분쯤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병수, 안홍준, 유재중. 유정복, 이성헌, 성윤환, 이진복, 이정현, 허원제, 현기환, 김옥이 의원 등 측근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봉하마을 입구 근처까지 왔다가 현지 사정을 이유로 결국 차를 돌려 떠났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항공편을 이용해 부산에 도착한 뒤, 오후 4시 40분쯤 버스 편으로 봉하마을까지 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조문은) 고맙지만 현지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내일 국민장에 따라 서울에 빈소가 차려지니까 거기서 정중히 조문을 받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25일 서울지역 대표 분향소가 설치되는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아 조문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도 오후 1시 40분쯤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마을 입구에 있던 100여명의 노사모 회원들과 봉하마을 주민들이 "살인자"라고 외치면서 물병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며 거세게 반발한 탓이었다. 김 국회의장은 봉하마을 주차장에서 약 500m 떨어져 있는 봉하경비숙소에서 1시간 30분 동안 머물다가 결국 떠났다. 그러나 김의장은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다 25일 새벽 5시쯤 분향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후 상경했다.
앞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3일 오후 7시 30분쯤 25인승 버스를 이용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계란세례를 받고 물병이 투척되자 조문을 포기한 채 돌아갔다.
장례위원회 측은 "노 전 대통령을 문상하러 온 분은 누구라도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수차례 내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