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있었던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고, 최근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부여한 부부의날(21일)도 생겼다. 사실 나는 부부의날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내가 '2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라고 물어 '누구 생일인가'하고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부부의날'이라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재미로 만든 이상한 날들 중 하나려니 생각했는데 달력에도 '부부의날'이라고 적혀 있다.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2007년에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매달 21일을 부부의날로 정하지 않은 것에 감사드린다.
'가정의 달'이라 5월에는 치과에도 딸이나 며느리가 부모님의 틀니를 새로 해드리려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즈음은 임플란트 시술도 많이 하지만 역시 나이든 사람들은 치과하면 틀니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틀니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16세기 프랑스의 한 일화집에 바다표범 이빨로 만든 틀니를 낀 여성이 나온다. 당시에 틀니는 음식물을 씹어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시용이나 심미용으로 착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가장 흔한 틀니 재료는 코끼리 상아였는데 타액으로 인해 금방 부식돼 틀니를 낀 사람들의 입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유명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도 치아가 없어 하마 치아로 만든 틀니를 착용했었는데 악취로 늘 못 마땅해 했었다고 한다. 미국 1달러짜리 지폐 속에서 조지 워싱턴이 입을 약간 삐죽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떤 사람들은 조지 워싱턴이 자신의 틀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입을 삐죽거린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환자들도 이전부터 틀니는 냄새나고 불편한 것으로 인식해 틀니 치료를 권하면 잘 안 하는 것 같다. 환자를 치료하다가 '이제 치아 수가 너무 적어 틀니 하시는 게 좋겠는데요' 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틀니를 안 하는 방법이 없는지, 꼭 틀니를 해야 하는지 다시 묻는다. 처음에는 틀니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치료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보다는 틀니를 해야 할 만큼 이제 건강하지 않다는, 혹은 틀니는 나이든 사람이나 하는 것인데 '내가 벌써 틀니를 해야 하나'라는 상실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치과의사가 이러한 상실감을 모두 채워주지는 못하지만 틀니를 해주려는 가족들의 정성이 빠져버린 치아를 대신해 줄 수는 있는 것 같다. 이제 틀니를 만들 때 무심히 만들지 말고 지나가 버린 세월의 상처를 치료하는 마음으로 가족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 만들려고 노력해야겠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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