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스 닥터] 수면장애와 코골이

사소한 수면부족? 자칫하면 치명적 위험!

수면 장애는 일상 및 사회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각종 사고 위험도 높이기 때문에 수면 장애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수면 장애는 일상 및 사회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각종 사고 위험도 높이기 때문에 수면 장애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1만여명의 직·간접적 사망자를 낸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의 원인은 어이없게도 당직 근무자의 졸음에 따른 실수로 밝혀진 바 있다. 또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와 일본 고속열차 충돌사고 등 대형참사도 수면 부족에 따른 직원의 졸음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수면은 건강과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생활, 각종 사고와도 관련이 깊지만 수면장애, 특히 수면장애의 대표적인 원인인 코골이를 그대로 방치, 매일 위험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적잖다.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수면의 중요성이 오히려 더 커졌지만 정작 건강한 수면이나 숙면을 취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 그렇다면 수면 장애와 코골이는 얼마나 위험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수면의 역할 및 중요성

보통 건강에 대해선 관심이 많지만 일생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수면과 관련된 건강에는 무관심하다. 수면은 단순히 '가만히 누워 신체를 쉬게 하는 상태'만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수면 중 뇌와 심장 등 장기는 휴식을 취하면서도 활발한 대사활동을 통해 피로를 회복시켜 주고 호르몬 분비, 성장, 방어력 증진, 체온 유지, 인지 기능 및 기억력 유지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면 정신적 피로가 심해지고 신체 건강도 악화돼 혈압, 당뇨, 뇌졸중, 암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쥐를 대상으로 2, 3주 수면 박탈 시험을 한 결과 쥐가 모두 죽었다. 또 수면시간이 4시간 미만이거나 10시간 이상인 경우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면 장애 발병률과 원인

계명대 동산병원 조용원 교수팀이 전국 21~69세 성인 5천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수면장애 유병률을 조사, 올 3월 임상신경학회지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야간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5명 중 1명 꼴인 22.8%(1천141명)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21.4%, 싱가포르 12.9~17.5%보다 높은 수치다. 또 현대인의 경우 수면시간이 조금씩 줄어 1세기 동안 총 수면시간이 20% 정도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수면을 방해하는 원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걱정, 질병, 술과 커피 등 카페인, 나쁜 수면 환경, 잠자리에서의 텔레비전 시청 및 독서 등이 있다. 숙면을 위해선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지병 치료, 수면 환경 개선 등과 함께 숙면의 최대 적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무서운 코골이와 무호흡

코골이는 코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공기가 수면 중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목젖 등 연구개와 주위 점막에 진동을 일으켜 발생하는 호흡 잡음이다. 심한 코골이 환자 35%에서 동반되는 수면 무호흡은 수면 중 기도가 완전히 막혀 호흡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현상이다. 코골이가 무서운 것은 수면 부족을 일으켜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코골이로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낮에 졸음을 유발, 집중력을 떨어뜨려 작업 중 사고나 졸음 운전에 따른 자동차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코골이와 무호흡이 있을 경우 기도가 폐쇄돼 가슴과 배의 근육이 급하게 호흡 운동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뇌가 잠에서 깨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골이와 무호흡은 심혈관계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수면 무호흡은 심근경색의 위험 인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정상인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빈도가 2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산소포화도도 70~80%로, 정상(90~95% 이상)에 훨씬 못 미쳐 혈액 내 저산소증을 유발,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무호흡 환자의 50%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이뿐 아니라 무호흡이 발생하면 맥박이 분당 30~50회로 서맥 상태에 있다가 호흡이 재개되면 90~120회의 빈맥 상태로 갑자기 변해 부정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코골이 진단 및 치료

코골이 및 무호흡 치료의 가장 중요한 것은 나쁜 잠버릇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코골이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선 자세한 병력 청취와 상기도 전체를 포함한 정확한 신체 검사가 필수적이다. 수면 때 막히는 부위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굴곡형 비인두경 검사와 두개골 계측 등 방사선학적 검사를 한다. 또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단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을 구별하고 증상의 심각성도 파악한다. 코골이와 무호흡증 치료 방법 중 가장 우선되는 것은 체중 조절이다. 코골이 환자의 상당수가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이기 때문에 체중을 감량할 경우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 또 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누워 머리를 약간 높이는 수면 자세 교정도 효과적이다. 또 다른 비수술적 치료로는 지속성 비강 기도 양압술이 있는데 마스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일정 양압의 공기를 주입해 상기도 폐쇄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신체 검사상 기도 폐쇄 부위가 명확하게 확인된 경우엔 폐쇄 부위를 넓혀주는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한다. 구개 편도와 늘어진 목젖, 그리고 연구개 일부를 제거하거나 줄여서 기도를 넓혀주는 '구개수 구개인두 성형술'이 많이 시행된다. 최근엔 연구개 임플란트, 고주파 수술 등 다양한 수술적 치료법도 소개돼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조용원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수면클리닉)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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