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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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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혔다. 충격이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얼마 전까지 국가원수였던 그가 자살이라니 정말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뉴스에서 특정인들의 조화와 조문이 짓밟히고 거절되는 것을 보면서 전직 대통령에게 예를 갖추겠다는 그들이 왜 일찍이 그 생각을 못하고 이 상황까지 오게 했는지 정말 답답하다.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화합을 부르짖는 이들을 보면서 꼭 회초리를 들어야 말을 듣는 아이들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속속 파헤치기보다는 서로를 헤아려주고 상대를 이해해주며 개성이나 약점까지도 감싸주는 것이 진정한 화합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왜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의 너그러움과 베풂이 이렇게도 부족한지 안타까울 뿐이다.

학창 시절에는 열심히 교과서에 밑줄까지 치면서 상식과 원칙, 그리고 이론을 달달 외우게 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사회는 상식과 원칙은 어디론가 깊숙이 꼭꼭 숨겨둔 채 힘(Power)만 있으면 많은 혜택(?)을 누리고 모두들 힘 있는 자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

전임자의 업적을 내세우기보다는 숨겨진 과오까지 들춰내는 것에 관심이 많은 우리 사회. 과거에 얽매여 서로 발목만 잡으며 시간만 소모하는, 건설적이지 못하는 시대에 산다는 것이 후손들에게 부끄럽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지도자를 주변에서 찾기가 힘들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역대 통치자 중 아무 탈 없이 퇴임하여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여생을 보내는 대통령이 한 분도 없다는 사실은 국가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옛날 어릴 적 꿈이 대통령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 중에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아이는 물론 부모들조차 대통령이 되라고 주문하지도 않는다. 국민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지도자가 많이 나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꿈이 대통령이었으면 하는 날이 언제나 오려는지….

노무현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님, 패싸움이 없는 세상, 함께 어우러져 살맛나는 세상, 주변을 돌아 볼 줄 아는 따뜻한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최윤희 전문직여성한국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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