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출이 몇 푼되지도 않지만 우리는 생업을 접어두고 이런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혹시 살아날 비방이 있는가 싶어서지요. 포항에서 20명이 버스를 대절해 올라왔는데 정작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경북도 김성경 경제과학진흥국장을 제외하면 어느 누가 우리의 하소연을 들어줍니까. 어째서 지식경제부나 중소기업청, 대구시는 이런 자리에 빠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본부장 남명근)가 25일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에서 연 '대규모 점포 확산에 따른 중소유통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남서울대 원종문 국제경영학부 교수가 'SSM 출점 기능분담과 대중소 유통 상생협력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마치고 토론자들의 토론이 끝나자 방척석에 있던 포항슈퍼마켓조합 권철진 이사장의 따끔한 지적이었다.
권 이사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포항에서만 하루 15억원을 거둬가는데 다시 SSM이라는 이름으로 골목상권까지 죽이려 한다"며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대구동부슈퍼마켓조합 조합원 하현규씨는 "거래에 무슨 사연이 있지 않으면 (대형마트들이)어떻게 슈퍼보다 절반의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느냐.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를 파악해 시정될 수 있도록 요구한다. 공장도 가격이 일정하도록 당국이 나서 라"고 주문했다.
동대구시장에서 파랑새마트를 운영한다는 한 여성은 "대형마트들은 고가에서 저가로, 변두리에서 도심으로 옮겨가는 정책을 쓰면서 결국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계명대 박명호 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도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유통시장 개방 및 유통정책에 대해 질타를 쏟아부었다. 서문시장상가연합회 최태경 회장과 한국슈퍼마켓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대형마트 하나가 연간 8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면서 전통시장 3, 4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는 3천개 정도의 자영업 명줄을 끊는 것과 같다. 그런 이들이 또 SSM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는데, 이 업소들이 하루 2천만원씩의 매출만 올려도 200개가 넘는 동네 슈퍼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전통시장 옆 주차장은 상가들이 직접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들이 도와달라"고 주장했다.
박돈규 대구시의원은 "중소유통업을 살리기 위한 법률이 다수 국회에 계류중인데 빨리 통과되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전통시장의 주차장 관리 운영 문제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 의회 차원에서 다뤄보겠다"고 했다.
경북도 김성경 국장은 "교통영향평가나 건축심의 등을 통해 대형업체의 진출을 나름대로 억제시켜 보지만 한계가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지식과 중소유통업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또 국회를 활용해 지원을 얻도록 각계가 힘을 모으자"고 했다.
이에 앞서 발제를 한 원종문 교수는 "선진국들도 대형마트들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도 영업시간 규제 및 판매 품목 제한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기업형 대형마트들의 지역기여도를 높이고, 판매와 유통에서 대형마트와 지역중소유통업체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 SSM이란=Super Supermarket의 약자.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통상 대형소매점보다는 작고 동네 슈퍼보다는 큰 매장. 상인들의 반발로 대형소매점 진출이 어렵자 롯데 GS 홈플러스 이마트 등은 SSM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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