桐華川(동화천)이 대구 동화사 일주문 옆을 지나 큰절을 향해 오르다 처음 오른편으로 갈라 보내는 골이 폭포골이다. 폭포골은 그렇게 나뉜 직후 곧바로 왼편으로 '동창골'이라는 자신의 지류도 하나 분기해 보내는 바, 그 골 안엔 꽤 넓은 분지가 펼쳐져 있다. 지금의 '동화사지구 상가단지'가 거기 있었다고 보면 될 정도로 40여 년 전까지는 盛市(성시)가 자리했던 터다.
이렇게 넓지만 동창골의 존재는 익숙한 산꾼들조차 모르기 일쑤다. 안다고 해도 그 골의 출구가 폭포골 쪽에 있는 줄 눈치 채는 경우는 더 적다. 폭포골과 연결하는 오솔길이 풀숲에 묻혀 눈에 잘 띄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오솔길이 근년에 자동차까지 다닐 수 있는 시멘트 길로 변했다. 여느 산길들처럼 여기에도 인공의 손길이 미친 결과다.
대구 앞산에서도 그런 일이 이어지고 있다. 정상 봉우리 북쪽 기슭의 안지랑골 안일사 오르는 길은 몇 년 전 그렇게 변했다. 그곳을 등지고 있는 정상 남쪽 골의 원기사 오르는 길에서는 지금 그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가파른 경사에도 불구하고 대폭 넓히고 시멘트를 깔기는 안일사 길과 마찬가지다. 옛 時調(시조) 말과 달리 이제 依舊(의구)하기 쉽잖기는 人傑(인걸)뿐 아니라 山川(산천)도 마찬가지가 됐으니 피할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온 세상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다. 백두대간과 '오대산맥' 사이에 형성된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계곡에서도 그 반대되는 일이 일어났다. 거기로는 강원지방도 446호선이 월정사'상원사 등 여러 절들을 이어주며 점차 높이 달려 오르고, 결국엔 장대한 오대산맥까지 넘는다. 그 산줄기 너머는 홍천군 내린천 계곡이지만, 거기까지 이 도로가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도로라면 으레 포장되는 게 맞겠고, 실제 포장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월정사 측과 환경단체들은 그걸 저지하는 것은 물론, 일부 포장돼 있던 것까지 뜯어냈다. 나아가 근래엔 아예 포장 엄두조차 못 내도록 지방도 지정 폐지 운동까지 벌여 올봄에 성취해 냈다. 그리고 보름여 전 숲길 복원과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열어 앞으로의 추진 방향을 의논하기도 했다. 머잖아 찾는 이가 엄청스레 늘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부러운 일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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