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왕적 대통령제의 그늘] ⑤.끝-상생의 해법은 있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내용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에는 '불행한 대통령'으로 이어진 역사의 사슬을 반드시 끊고야 말겠다는 결기가 엿보였다. 그것은 분열과 갈등,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과 상생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외침과 다름아니다.

그는 '상생'을 꿈꿨지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좌절하고 추락했다. 그는 재임 당시 "대통령은 운명적으로 저주받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 사법 처리를 받거나 피살되고 지탄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노무현식 직설화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를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모두 대통령을 뜯어먹고 살지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대통령은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인사권만 해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안된 사람은 곧바로 돌아서서 섭섭한 소리를 하고, 하다가 잘린 사람도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그래서 대통령이란 자리에 오르는 순간, 한국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청나게 고독한 자리라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력을 이양한 전직 대통령이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가 원로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상생과 화합의 해법은 없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대통령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력을 제도적으로 분산시키고 이를 통해 대통령제 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던 측근과 친인척들의 권력형 비리 등 후진적 정치 문화를 개선하는 것 외의 대안은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장기 집권이라는 군사 독재의 사슬을 끊은 '평화적 정권 교체'라는 민주적 정치사는 후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검찰의 손을 빌려 끌어내리는 보복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권 간의 소통 부재는 필연적으로 전임 대통령의 비극으로 이어져 왔다. 정치권은 이 같은 비극이 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대통령 중심제의 골간을 바꾸지 않고서는 불행한 대통령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 동의한다.

이와 관련,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자문기구와 의원 연구 단체인 '우리헌법연구회' 등이 18대 국회 들어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개헌론'을 다듬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우리헌법연구회의 주성영 의원은 29일 "어떤 특정 정부 형태가 우월하다거나 그런 제도의 도입으로 우리 정치·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단순 논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개헌을 한다면 새로운 정부 형태 도입보다는 기존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통령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근 의원은 이참에 내각제로 개헌, 무소불위의 대통령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회의(위원장 김종인)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7월 제헌절 이전에 개헌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도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잘 새겨 화합과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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