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철 신발과 발.관절] 킬힐 맵시 뽐낸 롱다리 발목은 아슬아슬

날씨가 더워지면서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킬힐, 하이힐, 형형색색의 샌들 등으로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굽높이가 10cm가 넘어 까치발을 해야 신을 수 있는 '킬힐(Kill Hill)'이 대세라고 한다. 그런데 한껏 멋을 내고 있는 사이 발은 죽을 지경이다. 외국에서 '킬러힐(Killer Hill)'로 불리는 '킬힐'은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높은 구두다. '사람 잡는 구두'라는 애칭에서 알 수 있듯이 발은 물론 신체 전반에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신발과 발 건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름만 되면 혹사당하는 발,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킬힐·하이힐

올해 유행하고 있는 킬힐은 다리를 더욱 길고 날씬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여성, 특히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여성들에게 인기다. 그런데 킬힐이 다리맵시를 살려주긴 하지만 발은 물론 무릎, 허리, 척추 등 건강에는 좋지 않다. 특히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을 많이 일으키는데 높은 굽 때문에 발바닥이 받는 하중이 앞쪽으로 쏠리고 킬힐의 앞쪽 코도 좁아 발가락이 비틀어지기 때문이다. 무지외반증은 킬힐이나 앞이 뾰족한 하이힐을 오래 신은 40대 이상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수술로 교정할 수밖에 없어 병이 생기기 전에 너비가 넓고 굽이 낮은 신발로 바꿔 신는 게 좋다. 또 킬힐이나 하이힐은 뾰족하고 높은 굽에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다리와 발목에 큰 부담을 줘 무릎 관절 연골을 약화시키는 연골연화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 구두는 아침에 발바닥이 아픈 족저근막염(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발가락으로 연결된 신경이 눌리는 지간신경종 등 각종 발 관련 질환도 일으키기 때문에 이들 신발을 신더라도 되도록 장시간, 자주 신지 않는 게 좋다.

◆플랫 슈즈

플랫 슈즈는 굽 높이가 보통 1cm 이하여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줘 오래 걸어도 발이 피로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발 바닥이 평평해 쿠션이 거의 없다 보니 보행 때 압력이 발바닥 전체에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발이 더 쉽게 피로해진다. 실제 플랫 슈즈의 경우 걸을 때 체중의 3배, 뛸 때는 체중의 10배나 되는 부담이 발목, 무릎 관절 등에 전달된다고 한다. 또 지면과의 마찰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발뒤꿈치는 하이힐을 신을 때보다 압력을 더 많이 받는다. 압력을 주는 부위가 다를 뿐 플랫 슈즈 역시 킬힐이나 하이힐만큼 발에 무리를 준다. 플랫 슈즈를 신을 땐 무조건 굽이 낮은 것보다는 관절 부담을 최소화하는 2~4cm 정도 높이가 이상적이고 바닥의 쿠션 상태도 확인하고 부드럽고 통풍이 잘 되는 소재를 고르는 게 좋다.

◆조깅화

날씨가 좋아지면서 아침, 저녁으로 달리기나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 경우 자칫 족저근막염이나 아킬레스 건염 등 발 질환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달리기 장소는 물론 운동화 선택도 중요하다. 마라톤 등 달리기 운동은 발바닥에 하중이 많이 실리는 운동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하거나 딱딱한 포장도로를 오래 달리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신발의 경우 조깅이냐 마라톤이냐에 따라 맞는 신발을 착용해야 하는데 되도록 바닥에 쿠션이 있는 편안한 운동화가 좋다. 또 조깅화·마라톤화라 하더라도 오래 신어서 바닥의 쿠션이 줄면 신발을 교체해야 한다. 만성 아킬레스 건염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뒷굽이 약간 높고 뒤축이 부드러운 재질로 된 신발을 선택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기능성 신발

최근 바닥이 둥근 고가의 기능성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기능성 신발은 통증, 변형, 강직(뻣뻣하게 굳어져 움직이기 힘든 상태) 등 증상으로 족부나 족관절의 운동 범위가 감소한 경우 보행할 때 전체적인 걸음걸이를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발바닥 특정 부위의 압력을 줄여주기 때문에 많이 이용된다. 엄지발가락 등 관절을 적게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아도 쉽게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엄지발가락 관절의 운동이 제한된 무지강직증이나 지간신경종 환자, 당뇨족 환자 등의 족부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바닥과의 접촉면이 너무 좁아 불안정하다는 단점도 있다. 바닥 모양, 꼭짓점 위치, 바닥 경사 각도 등에 따라 일부 족부 질환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신어선 안 되고 전문가와 상담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름 건강 발 관리법

여름엔 발에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평소 발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게 중요하다. 매일 연성 비누와 미지근한 물로 발을 씻은 뒤 발가락 사이까지 잘 말린 다음 발이 건조하지 않도록 오일, 로션 등을 바르는 게 좋다. 특히 당뇨가 오래된 환자는 발에 물집이나 상처가 있는지 늘 살피고, 땀이 잘 흡수되고 통풍이 잘 되는 양말을 신어야 한다. 또 새 신발은 하루 한두 시간 동안 신어 적응한 뒤 본격적으로 신는 것이 좋다. 신발이나 구두, 샌들 등을 신을 때도 맨발보다는 양말을 착용해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녁에는 발을 씻은 뒤 마사지나 스트레칭 운동을 해 주면 발의 혈액 순환과 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유선오 MS재건병원 족부관절 클리닉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