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외모가 천층만층이듯이 행동 방식도 천태만상이다. 저마다 특이한 행동 양식이 바로 성격이다. 성격은 일단 형성되고 나면 평생 변하지 않거나, 변하더라도 그 정도가 미미하다. 학자들은 성격, 성격적 특성, 성격 이상 등으로 나누어 생각하고, 또 정상 성격이나 이상 성격을 두드러진 특성에 따라서 분류하기도 한다.
런던 퀸스퀘어에 소재하는 신경학연구소의 팀블 교수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51세의 남자를 진찰한 적이 있다. 환자는 급성기에서 회복한 후 이전과는 영 딴판이었다. 짜증을 많이 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한편으로는 매주 열심히 교회에 나가고, 인지기능 장애 때문에 읽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매일 밤 성경도 열심히 읽었다. 원인은 오른쪽 전측두엽 손상이었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엘리엇은 한 마디로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진리에 목말라하면서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읽고 철학에 심취했다. 양쪽 서혜부 탈장 때문에 당시 미국 대학생들에서 유행하던 스포츠를 포기하는 대신에 독서에 열중했다.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들에게 흔하디 흔한 연애 스캔들도 한 번 없었다. 그의 대표작인 '황무지'는 영어,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로 씌어졌다.
신경과학에서의 관심은 엘리엇도 팀블 교수의 환자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측두엽 간질과 전두엽 증후군이다. 측두엽 간질은 간질 발작의 진원지가 대뇌의 측두엽이다. 이 간질을 앓는 환자들은 인간관계에서 너무 끈덕져 상대를 지치게 한다. 성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유머 감각이 없어진다.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나치게 도덕적이며 종교와 철학, 그리고 추상적인 것에 관심이 유별나다. 전두엽 증후군도 성격 변화가 특징이다. 충동을 억제 못 하는 환자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음담패설을 해댄다거나 사소한 일에 크게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른다. 도대체 감정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좋은 것도 없고 화나는 일도 없고 슬픈 일을 봐도 심드렁하고 심지어 욕심도 없다. 모든 것에 무관심하다.
이처럼 사람마다 독특한 인간미를 풍기게 하는 성격도 결국은 뇌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뇌-성격 간의 관계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위에 언급한 것에서 아직 크게 나아기지 못하고 있다. 성격의 형성 과정, 성격의 유형, 뇌 손상으로 인한 성격 변화의 전후를 설명할 수 있는 뇌의 연구가 필요하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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