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수많은 이가 줄기차게 탐구해 왔지만 아직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 대상이다. 요즘 소설과 영화로 뜨고 있는 2개의 어머니상을 봐도 그렇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치매기가 있는 엄마가 복잡한 지하철 서울역에서 길을 잃어버리면서 시작한다. 손을 뻗을 때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엄마가 사라지면서 고통도 함께 시작된다.
딸, 장남, 남편 그리고 엄마인 당신의 이야기로 옮겨 가면서 그려지는 이 작품에서 엄마의 不在(부재)는 온 가족의 悔恨(회한)과 맞물려 있다. 자식들은 좀 더 엄마에게 충실하지 못한 죄로, 남편은 평소에 단 한마디의 다정한 말을 건네지 못한 기억으로 가슴 아파한다. 이 작품은 모든 자식들이 보내는 思母曲(사모곡)이다. 또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씁쓸한 自畵像(자화상)이기도 하다.
반면 영화 '마더'는 자식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어머니가 주인공이다. 자식이 살인범인 줄 알면서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그 죄를 덮으려고 하는 빗나간 사랑이야기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라는 것이 작가나 감독의 作意性(작의성)과 특수한 사례로 인해 보편성은 떨어지지만 그 어느 쪽이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어머니 상임은 분명하다.
대학시절, 至高至順(지고지순)한 것으로 알고 있던 어머니의 사랑이 가장 통속적이고 저급하다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충격적이었지만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는 교수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것이 어머니지만 그런 만큼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더'가 바로 그런 예이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두 작품은 곳곳에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소설에서 엄마는 혼령으로 어릴 적 당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 당신의 엄마를 보며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이라고 말한다. 또 영화에는 아들 대신 살인죄로 감옥에 간 청년을 면회한 어머니가 '너 부모님 계시니? 엄마 없어?'라며 우는 장면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두 작품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신경숙 소설가나 봉준호 감독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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