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화폐 수집가 김진호씨

1962년 모자상 지폐 아십니까?

김진호(52'대구 달서구 이곡동)씨가 화폐를 모으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수집가들이 취미로 무엇을 모으기 시작하는 데 비해 그는 돈을 아껴쓰기 위해 한두 장 보관한 것이 화폐 수집의 동기였다.

"고향이 고령입니다. 고등학교 때대구로 유학을 왔습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 농촌은 살기 어려웠습니다. 힘들게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함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돈을 받으면 책갈피 속에 한두 장 끼워 두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화폐수집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자연스럽게 모인 화폐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치를 더해갔다. 그래서 그도 화폐 모으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씨는 동산의료원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화폐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모으는 과정도 남달랐다. 영리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몇몇 화폐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수집했다. 주변에 희귀 화폐를 가졌다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 구매한 것이 전부였다. 화폐를 모은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는 좀 수월해졌다. 직장 동료 등이 옛날 화폐를 들고 와 자문하거나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것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국내 화폐만 모았다. 1911년부터 현재까지 사용되거나 미사용된 지폐는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주화도 고려시대 발행된 동국통보, 해동통보를 비롯해 조선시대 광범위하게 유통된 상평통보, 1970년에만 두가지 종류(적색'황색)로 제조된 10원짜리 등 웬만한 것은 모두 갖고 있다. 수집 화폐 중에는 희소성과 예술성이 뛰어나 현재 거래 추정가가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것도 있다.

김씨에게 화폐는 과거를 추억하는 특별한 존재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화폐는 1962년 긴급통화조치가 단행되기 직전 발행된 지폐로, 도안으로 모자상이 들어간 것이다. "모자상 지폐는 유통기한이 한 달도 안 됩니다. 우리나라 화폐 역사상 가장 단명했습니다. 제 어머님도 일찍 돌아가셨는데 모자상 화폐를 보면 어머님이 떠오릅니다."

김씨는 앞으로 어떤 것을 더 모을 것인지, 수집한 화폐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계속 화폐를 수집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화폐는 발행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첨단과학이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역사성을 배울 수 있고 돈의 소중함도 알 수 있기 때문에 화폐수집은 학생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취미"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화폐전시관

#국내 지폐 1천180여점, 세계화폐전시관도 갖춰

대구 중구 동인2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는 화폐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화폐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중앙홀을 중심으로 왼쪽에 국내화폐전시관, 오른쪽에 세계화폐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화폐전시관에서는 고대부터 고려'조선'대한제국을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사용된 다양한 화폐를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 물물교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물품화폐를 비롯해 현존하는 화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려 성종 15년(996)에 제조된 '건원중보', 조선 숙종 4년(1678) 처음 발행돼 국내 화폐 사상 최초로 전국 유통된 '상평통보', 한국은행 설립 후 최초로 발행된 지폐 등 1천18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또 화폐 발행과 폐기 과정 등 화폐의 일생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세계화폐전시관에는 65개국, 680여점의 화폐가 테마별(도안, 규격 및 형태, 소재 등)로 전시되어 있다. 인물'건축물'자연경관'동식물 등 화폐에 등장하는 각종 도안과 '동전=원형'이라는 상식을 깬 4각형, 7각형, 16각형 등 다각형 주화, 종이 대신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지폐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북한 화폐와 각종 기념주화도 감상할 수 있다. 개방시간 오전 9시~오후 4시. 공휴일'토'일요일 휴관. 053)429-0407.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