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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섬유의 현주소] (하)향후 사업과 과제

▲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산업용 섬유인
▲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산업용 섬유인 '엔드레스 펠트'를 생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보우의 김복룡(사진 가장 오른쪽) 대표와 직원들이 자사 펠트를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대구섬유산업은 밀라노프로젝트 시행 10년 동안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기업들의 인식변화를 활용해 재도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대구성서공단내 한 염색업체 염색가공 한 장면. 매일신문 자료사진
▲ 대구섬유산업은 밀라노프로젝트 시행 10년 동안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기업들의 인식변화를 활용해 재도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대구성서공단내 한 염색업체 염색가공 한 장면. 매일신문 자료사진

밀라노프로젝트 시행 10년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섬유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인프라가 구축됐고, 기업들도 R&D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느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거나 5개 전문연구소들과 공동으로 R&D를 통한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인식의 변화가 크다. 물론 막대한 사업비 투입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평가보다는 지난 10년간의 성과들을 냉철하게 재조명, 대구경북 섬유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로운 기회요인으로 활용해야=밀라노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기업들의 인식의 변화다. 특히 지역의 300여개의 선도기업들 중에는 상당수가 자체 기업부설연구소나 전담부서 및 전담연구인력을 두고 자체적 또는 5개 연구소들과 공동 과제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보광(주)는 2004년 연구전담부서설치와 연구인력을 보강해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나일론 직물의 소프트감과 반발 탄력감을 증대시킨 나일론 이수축혼섬사 직물 개발에 성공했고, 20데니아의 극세사 제품 개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 윤원보 사장은 "그동안 밀라노프로젝트를 통해 R&D 투자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미 개발된 경량의 기능성 스포츠 의류용 원단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춘식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밀라노프로젝트는 지역섬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밑거름으로 해서 지역의 주력산업이던 섬유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남대 손태원 섬유패션학부 교수는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1, 2단계사업 성과의 토대 위에 3단계 사업과 '슈퍼소재 융합화 사업' 등을 연계, 지역이 오랫동안 먹고살 수 있는 선진국형 섬유로 전환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섬유산업 정책 방향=10년간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통해 구축된 인프라와 연구개발 인식 변화를 활용, 대구시와 경북도는 의류용 경우 더 강화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비의류용(산업용)은 원천기술 확보와 제품화를 통해 점차 그 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대구의 다양한 임가공 기반과 경북도의 원천소재 기반을 최대한 활용해 공동발전도 모색하고 있다. 대구시는 3단계 사업을 통해 고기능성 섬유와 비의류용(산업용)섬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생산기반구축, 마케팅을 강화한다. 또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슈퍼소재 융합제품산업화 사업'에 내년부터 국비 882억원 등 모두 1천404억원을 투입, 산업용 섬유산업의 연구개발 지원 및 인프라 구축을 한다. 지역섬유의 홍보강화와 종합적 상설전시장 확보를 위해 대구섬유콤플렉스(DTC)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김종한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은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행되면 의류용 섬유제품 생산에 집중됐던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비중이 고기능성, 고내열성을 지닌 산업용 섬유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경북첨단섬유 신발전 전략'을 수립해 내년부터 5년 동안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김성경 경제과학진흥국장은 "대구의 연구기관과 연계해 경북의 지역별 특징을 가진 섬유산업 인프라를 활용, 미래 신섬유 브랜드 중 로하스섬유(LOHAS·건강복지섬유)와 나노섬유(융합기술섬유)를 양대축으로 차세대 그린텍스(첨단융합섬유) 개발과 연구개발지원사업을 통해 첨단융합섬유 개발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다. 도는 이같은 전략 추진을 위해 5천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 사업을 구체화해 내년도 예비타당성대상사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지역섬유가 경쟁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의류용(산업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슈퍼소재 융합제품화 사업' 등 산업용 섬유는 아직도 시장 장벽이 높고 장기간 많은 투자를 해야 하며, 전문인력 또한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자동차용이나 IT, 군수장비, 농업이나 토목분야 등 섬유의 비중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진선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팀장은 "산업용 소재도 기존의 의류용 소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60~70%에 이른다. 대구경북의 현재의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해 먼저 할 수 있는 자동차용 시트나 에어벡 필터, 수화물 야적덮개용, 토목용 등 눈에 보이는 주변의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섬유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특히 마케팅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 김문영 계명대 섬유마케팅학과 교수는 "마케팅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시장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고급화·기능화된 소재의 개발과 첨단 직기 교체를 통한 다품종 소량생산 구축, 섬유전문 인력양성과 혁신, 패션 봉제기능 강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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