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복권

복권

福券(복권)은 로마시대가 기원이다. 안토니우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황폐한 로마의 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 발행했다고 한다. 16세기 초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로또라는 복권이 나왔고, 미국에서는 복권사업 잉여금이 오늘날 하버드, 예일 등 47개 대학을 세우는 자금이 됐다.

국내에선 요즘 복권의 뜻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조선말 算筒契(산통계)와 作百契(작백계)가 있었다. 해방 뒤 1947년 12월 대한체육회가 런던 올림픽 참가경비 마련을 위해 발행한 올림픽 후원권이 사실상 첫 복권 발행이다. 당시는 부정기적이고 일시적이었는데 후생복표, 애국복권 등 이름도 정겹다.

정기 복권은 1969년 주택복권이 처음이다.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TV 사회자의 멘트는 추첨 때마다 보는 이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이후 복권은 발전을 거듭해 90년대에는 즉석에서 당첨을 확인하는 긁기식 즉석 복권이 큰 인기를 끌었다. 2002년에는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히는 로또가 도입됐다.

과거에는 당첨금이 집 한 채 값 정도였으나, 로또가 도입되면서 당첨금은 백억 원대를 넘겼다. 외국의 경우는 당첨금이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미국은 몇 개 주, 유럽은 몇 나라가 공동으로 발행하기 때문이다.

당첨 금액이 많은 만큼 화제도 많았다. 수천만 원어치를 사도 당첨이 되지 않자 자살한 사람이 있었고, 국내 최고액인 400억 원대의 당첨자 가족은 도피성 이민을 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외국도 비슷해 2002년 1천억 원의 복권 당첨금을 받았으나 5년 만에 완전 빈털터리가 된 미국 사업가의 이야기가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주에도 복권과 관련된 2건의 뉴스가 보도됐다. 국내 뉴스는 별거 중인 남편의 당첨금을 가로채 구속된 부인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가난한 20대 카우보이가 2천900억 원대의 복권에 당첨됐다고 한다.

통계상 국내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분의 1이고, 외국은 수천만 분의 1이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지만 매주 그 확률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불경기일수록 복권 판매액이 는다는 통계도 있다. 허황한 꿈이지만 팍팍한 삶의 탈출구로 삼으려는 期待感(기대감)까지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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